다른 지역은 폭우가 쏟아졌다는데 부산은 비가 거의 오지 않았다. 얼마나 비가 안 왔으면 그렇게 싫어하는 비를 기다리고 기다릴 정도였다. 그런데 아침부터 비가 내린다. 이제 더위가 한 풀 꺾이겠다 싶었다. 어느 순간 비가 뚝 그쳤고, 여전한 더위에 습기까지 더해져 푹푹 찌는 엄청 큰 한증막 속에서 땀을 뚝뚝 흘리며 배송 중이다.
살던 사람은 살기 불편해 떠난 마을에 노인들은 남았다. 그 불편함을 구경하려고 외지인들이 몰려오고 인증샷 찍기 바쁜 감천문화마을, 헥헥대며 골목 계단을 오르다 잠시 숨을 고르는데, 7~80대 아지매 네댓 명이 그늘에 옹기종기 모여있다.
-아이고~ 어무이들, 뭘 그리 잡사요?
-하아~ 더버서… 집에선 못 묵고
-맛있는 기네
-하아~ 만두랑 복숭아
-맛있게 드이소
-아이라~ 묵고가
-오데요(아직 배송이 남았다)
-택배하믄 배고플낀데, 묵어
-하이고~ 양도 얼마 안되구마
-또 (만두는) 찌마되지, 이가 시리서 복숭아는 묵도 못해
-어무이들 묵을낀데 내가 무가 되나
-괜찮아. 마이 묵어. 날도 더븐데 얼마나 힘들끼고
-00아, 물 좀 갖고온나. 이 양반 목 매인다
생전 처음 보는 아들뻘 택배노동자를 보듬는 마음에 순간, 눈물이 날뻔했다.
-어무이들 덕분에 배 불러서 택배 몬하겠다
-배 꺼지마 움직여. 다음에 또 지나다 보마 묵으러 와
-야~ 그럴께요. 다들 오래오래 건강하이소
처음 본 사람에게 서슴없이 같이 먹자고 권하는 마음은 어떻게 생겼을까? 애초부터 누구나 오갈 수 있게 만든, 누구의 것도 아닌 공동의 소유물인 골목이 있어서일까? 형식이 내용을 규정하는 건 마음도 마찬가지 아닐까 싶다. 선택의 순간, 내가 취한 행동이 나의 진짜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