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장개석이 얼마나 대단한 인물인 지 알려주는 이런저런 출처불명의 얘기를 들었다. 그때만해도 장개석은 훌륭하고 뛰어난데 국민당의 군인과 관료들이 부정부패와 무능해서 중국 공산당 나쁜 새끼들에게 쫓겨 대만까지 간 불운한 정치가인 줄 알았는데… 세상에 그럴 리가 없지 않은가? 장개석이 핵심인데! 몰랐다면 그가 무능한 거고 알고도 방치했다면 그가 주범이다.
일본 식민 시대, 백색 테러, 군사 독재, 계엄령, 민주주의 도래 등 대만의 역사는 한국의 역사와 겹치는 부분이 많다. 낮에는 막걸리 마시는 모습으로 소탈함을 내세우고, 밤이면 궁정동 안가에서 시바스리갈 처마시는 밤의 제왕으로 군림한 대통령이 있었던 대한민국과 청렴결백을 내세운 대만의 총통도 비슷한 궤적을 그렸다. 이전이 비슷했으니 이후도 같을까?
4권인 그래픽 노블 『대만의 소년』의 주인공은 대만의 백색테러 피해자인 차이쿤린(蔡焜霖)이다. 고등학교 때 금서를 읽었다는 이유로 근무 중 체포돼 전기 고문을 당하고, 20대를 교도소에서 보내게 된다. ‘개인의 이야기'이지만, 대만 현대사가 생생하게 다가온다. 지금껏 알고 있던 대만을 깨부수는 만화다.
작년에 대만 여행 갔을 때 고궁박물관을 안 가고 근처에 있는 원주민박물관을 갔었다. 각종 전시물과 사진 자료들은 대만은 중국 영향권이 아니라 태평양 문화권임을 보여주고 있었다. 대만의 과거가 좀 더 남아있을 수 있는 중부와 남부가 궁금해졌다.
#대만의_소년(유페이원 X 저우젠신, 마르코폴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