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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힘들 땐 몸으로 견디자

by 딜리버 리

이전 기억이 종종 떠올라 원망과 억울, 궁금함의 감정에 휩싸이곤 했다. 상처는 아물어도 흉터는 남는다더니 마음도 비슷한가 보다. 이럴 땐 몸에 집중하는 게 감정을 추스르는데 효과가 있어서 목적지를 정하지 않고 일단 시동을 건다. 부드등~


마음이 답답해서인지 탁 트인 바다가 보고 싶어 영도로 고고! 영도다리, 영도경찰서 지나 오른쪽으로 한 바퀴 돌면서 씽씽 달리며 바다를 실컷 보자 했는데, 흰여울마을로 가는 도로 입구부터 자가용이 섰다 가다를 반복하는 정체가 시작된다.


이럴 때 뽈뽈이 오도방은 막히거나 말거나 자가용 사이를 쌰사삭 빠져나가니 상관없지만 대한민국의 관광지, 핫플은 자가용과 그로 인한 도로 확장, 늘어나는 주차장 덕분에 망할 것이다, 아니 망해가고 있다.


부산박물관에서 본 18세기 일본인이 그린 부산 지도에는 현재의 영도가 절영도로 표기되어 있고, 서너 마리의 말이 그려져 있었다. 섬 한가운데 봉래산이 있고 바닷바람을 피할 수 있는 북쪽에 거주지가 형성된 지형이 제주도와 비슷해서인지 작은 제주도라 불리기도 했다는데, 조선시대에 목축장이 운영되었단다. 그런 연유로 목장원이란 식당이 있나?


어쨌든, 흰여울마을만 지나면 막힘없이 달릴 수 있다. 바다를 실컷 보며 오도방으로 영도 한 바퀴~ 썩 괜찮다. 온몸으로 만난 바다 덕분에 감정도 나아졌다. 그렇게 마음이 힘들 땐 몸으로 견디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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