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텔카스텐 7
언제부턴가 아침 여섯 시에 일어나 책상 위 시계 용두를 엄지와 검지로 꽉 쥐고 시계방향으로 스무 번 돌린다. 배터리로 가는 시계도 있다. GPS에서 쏴주는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시간을 표시하는 핸드폰도 있다. 하지만 이십사시간에 한번 시계 밥 주는 행위는 밤 내 잠들었던 오래된 몸, 낡은 세포 하나하나를 깨워 숨 쉬게 한다. 사회생활 몇십 년을 정해진 숫자에 맞춰 살아 내고 있지만 언제부턴가 아날로그*가 더 편해지고 있다. 디지털시계 숫자처럼 똑 부러지는 것이 일이든 관계에서든 더 명확한 건 사실이지만 가끔은 천천히 지치지 않고 지나가는 시계 초침처럼 사방을 둘러보며 스치는 바람을 느끼고 싶다.
*아날로그: 어떤 수치를 길이라든가 각도 또는 전류라고 하는 연속된 물리량으로 나타내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