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텔카스텐 10
엊저녁부터 목이 칼칼했다. 요즘 다시 코로나19가 늘어나고 있어 내심 걱정되었다. 열은 없었지만, 퇴근 전 면봉 두 개를 작은 콧구멍에 넣었다. 다행히 코로나는 음성, 하지만 생각지도 못한 A형 독감 양성. 독감 키트에 선명한 두 줄이 드러났다. 갑자기 몸이 으스스했다. 퇴근을 멈추고 독감 치료 주사제 ‘페라미플루’를 맞았다. 해열제며 약을 챙겨 집으로 들어섰다. 아버지 올 때까지 저녁도 먹지 않고 기다리던 아들이 웃으며 인사했다.
“아버지 괜찮으세요?” 밥숟갈 들던 스무 살 청년이 말했다.
“주사 맞았더니 조금 괜찮아졌어. 아픈 아이들 매일 보니 한 번씩 앓는구나.”
“에효, 아버지. 소아과 의사의 숙명입니다.” 아들 말에 같이 웃었다.
‘숙명(宿命). 날 때부터 타고난 정해진 운명 또는 피할 수 없는 운명.’
어린 아들아, 너는 네 살 갉아 먹는 숙명 만나지 않기를 아버지는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