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_쿠키와 쿡쿡

1부_위로와 위로가 오가는 곳 , 진료실

by 대니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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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회진 시간, 병동 간호사가 웃으며 말을 건넸다.

“원장님, 경수가 어제 원장님을 만져보고 싶었는데 못 만져서 아주 아쉬워했어요.”

“네?”

세 살배기 단발머리 경수. 고열과 심한 기침으로 입원한, “잘 잤니?” 물으면 “응 ”했다가 “네”하고 다시 말하는 동그란 눈의 아이다. 병실 문을 두드리고 들어서자, 경수가 몸을 비틀며 수줍게 인사했다.

“경수야, 선생님 오시면 드린다고 준비했잖아.”

엄마 말에 아이가 고사리 같은 두 손을 내밀었다. 쿠키가 담긴 비닐봉지 세 개. 그 조그만 손을 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마음이 설렜다.

“고마워, 선생님 한 개만 주고 두 개는 경수가 먹어.”

간호사에게 들은 말이 생각나 경수에게 한번 만져보라고 했더니, 아이가 쭈뼛거리며 다가와 집게손가락으로 내 팔뚝을 ‘쿡쿡’ 찔렀다. 웃음이 터졌다. 이십 년 넘게 소아과 의사로 살아왔지만, 나를 ‘만져보고 싶다’라는 아이는 처음이었다.

가운 주머니 속에서 쿠키 봉지가 바스락거렸다. 경수의 얼굴이 떠올라 자꾸만 웃음이 났다. 퇴원하기 전에 진찰받으러 내려온 경수의 작은 손에 나도 과자 하나를 쥐여 주었다.

“경수야, 이건 선생님 선물.”

“선생님께 인사드리고 가야지.”

아이가 달려 나가다 엄마에게 잡혀 꾸벅 인사했다. 그 뒷모습을 보며 책상 위 쿠키를 한입 베어 물었다. 경수가 가장 아끼는 보물이었을 작은 선물에, 가슴이 가득 채워지는 기분이었다.

심리학책을 뒤져 보니 ‘아니마’, ‘아니무스’란 용어가 보였다. 스위스 심리학자 칼 융(Carl Jung, 1875~1961)은 남성의 보편적인 무의식 또는 내면에 존재하는 여성상을 아니마(Anima), 여성이 가진 남성상을 아니무스(Animus)라고 정의했다. 생물학적으로 보면 여성에게도 남성 호르몬이 있고 남성에게도 여성호르몬이 있어서 원초적으로 인간은 ‘아니마’와 ‘아니무스’ 둘 다 가지고 있으며 어느 쪽이 좀 더 발달했느냐에 따라 성격에 영향을 준다고 볼 수 있다.

어쩌면 세 살배기 경수의 눈에는 병원이란 특수한 공간에서 자신을 치료해 주고, 많은 것을 결정하는 가운 입은 내가 멋져 보였나 보다. 어린 시절 나 역시 남자 어른을 따랐다는 어머니 말씀이 생각났다. 웃으면서 뛰어나가는 경수의 뒷모습에 슬며시 미소가 번졌다. 아니마면 어떻고 아니무스면 어떤가. 나의 작은 ‘광팬’이 건네준 선물 하나에 온종일 이렇게 마음이 뜨뜻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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