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우유 크림빵, 두바이 초콜릿, 꿀젤리, 밤 티라미슈, 수건 케이크, 허니버터칩, 포켓몬 빵, 두쫀쿠 같은 K-유행 디저트를 알고 계시는가? 한국 사람이라면 모두가 탐낼 K-유행 디저트의 총 집합체는 우리집 냉장고다. 그러나 이제, 지난 유통기한을 곁들인.
엄마가 편의점 일을 시작했다. 편의점 마감 후에 폐기된 음식을 집으로 가져오기 시작했다. 난 좋았다. 엄마 덕에 편의점 푸드 유행의 선두 주자가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폐기가 나오기 전에 팔리는 인기 상품은 입고 소식을 듣고 달려가 먼저 선점할 수도 있었다. 자극적이고 익숙한 달콤한 맛은 내 혀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디저트 뿐만 아니라 삼각김밥, 햄버거, 라면, 치즈, 우유 같은 유통기한이 짧은 음식은 모두 우리 집 냉장고에 들어와 있었다. 우리 집 냉장고는 세 칸이였는데, 두 개는 냉장으로 하나는 냉동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냉동에는 얼린 삼각김밥이나 피자 같은 것들로 꽉 차 있었고 냉장은 유통기한이 조금 덜 지난 음식으로 가득했다. 엄마는 ‘공짜 음식 좋지?’ 하며 농담을 던지곤 했다. 아니, 진담이었으려나.
나는 탄산을 못 먹는다. 못 먹기보단 싫어하는 쪽이 맞는 것 같다. 매운 음식도 못 먹는다. 엽기스러운 떡볶이의 ‘이응’자만 들어도 벌써 땀이 나는 느낌이다. 짠맛도 굉장히 잘 느끼는데, 그 이유는 다 엄마에게 있다. 어렸을 적 이른 아침 학교 가려고 눈을 뜨는 나에게 엄마는 언제나 든든한 한 끼를 먹이기 위해 노력했다. 잠이 고롱거린 얼굴로 티비 앞에 앉아 졸고 있으면 입안으로 멸치, 견과류, 계란을 함께 섞은 밥이 김에 싸여서 입안으로 들어왔다. 꼭꼭 씹다 보면 잠이 깨서 난 어느새 열심히 먹고 있었다. 두부가 가득 들어가 보글거리는 된장찌개, 참치나 고기가 듬뿍 들어간 김치찌개, 누구 생일이 있는 달에는 미끈거리고 고소한 미역국이 항상 아침상에 올라오곤 했다. 그도 아닌 날에는 토마토나 사과 같은 과일을 갈아 등굣길에 한 컵씩 손에 들려 보내곤 했다. 과자와 아이스크림 군것질은 적당히 먹게끔 제한이 있었고, 할아버지 할머니 집에 놀러 가는 날이나 어린이날 같은 특별히 신나는 날에 먹을 수 있었다. 학교 앞에 있는 빨간 떡볶이보단 엄마가 손수 만들어 주는 케찹 떡볶이를 먹었고, 온갖 재료가 올라가는 상업용 피자 말고, 유기농 치즈를 듬뿍, 옥수수를 가득 채운 엄마의 피자를 먹곤 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탄산음료보다는 매일 우유 한 컵을 먹었다. 너무 자극적이거나 짠 음식은 입에 맞지 않게 되었다. 하교 후 나에게 주어지는 간식은 고구마에 치즈를 뿌려 전자레인지에 돌린 것, 혹은 귤이나 딸기, 포도 같은 달콤한 제철 과일이었다. 늘 달콤했고 맛있었다.
한 번도 살면서 몸무게에 대한 고민이 없었다. 난 늘 모태 마름이었다. 고등학생이 되어서도 돈까스보다 고등어, 삼치 구이를 반찬으로 내어주는 엄마 덕에, 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듬뿍 먹은 덕에, 친구들은 나에게 똑같이 먹는데 왜 이렇게 말랐어? 라는 말을 일삼곤 했다.
그런 내가, 다이어트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아마 편의점 음식으로 가득 채워진 냉장고 탓이 아니었을까. 그래서 운동을 시작했다. 피티 선생님은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을 고루 갖춘 식단을 먹어야 한다고 했다. 나는 선생님에게 그럼요 잘 챙겨 먹을게요. 하고 답하고선 집에 있는 편의점 도시락을 까먹었다. 운이 좋은 날에는 닭가슴살이나 계란이 냉장고에 있는 날도 있었다. 그런 걸 몇 개 주워먹는 날에는 식단을 지켰다고 뿌듯해했다. 그런데 다이어트가 문제가 아니었다. 얼굴에 무언가 부글부글 올라오기 시작했다. 태어나서 한 번도 피부 문제로 속앓이해 본 적 없는 내가, 거울을 보면 속상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급기야 어느 날은 거울조차 쳐다보기 싫어졌다.
엄마에게 선언했다.
엄마, 나 다신 편의점 음식 안 먹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