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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나케이 Jan 31. 2023

안녕! 브런치, 올해는

꾸준히.. 서서히.. 나의 일상처럼 같이 해보자

그 흔한 새해 사진도, 작심삼일짜리 새해 목표도 계획도 없는 2023년 새해가 한참 전에 밝았다. 심지어 구정도 지나가 버리고, 브런치를 다시 찾은 오늘은 1월 31일.. 1월의 마지막 날이다.. 안녕! 브런치, 오랜만이야.



호기롭게 10회 브런치 북에 도전하기로 마음먹고, 우선순위를 딱 정하고 2주 정도 준비하고 써 내려가면서 10편의 글을 묶어서 나도 드디어 첫 도전을 하게 되었다. 물론 결과는 미선정.. 그런데.. 딱 거기까지.. 였다. 내 준비도 계획도 마음도.. 도전만 하자는 딱 거기까지만..



밀려드는 마감 목전의 일들에 치여 난 브런치를 까먹고 살았다.. 그때 누군가 나를 일깨워주었다.



뜻박의 아무런 기대도 없이 정신없이 지쳐 살던 내게 알림이 왔다. "미래플랫폼님이 내 브런치를 구독합니다." 갑자기 시간이 멈춘 듯했다. 가슴이 뜨거워 오면서 몽글몽글 눈시울이 맺혔다.. 좋아요가 아니라 구독자가 늘었다.. 내가 잠시 떠나 있던 시간에도 나의 글들은 살아서 거기 있었다.. 그때 그 시간의 나로..



그래.. 맞다.. 난 지난 시간이 까마득했다. 내가 그토록 바라던 브런치 작가가 되고 하루하루 그 기쁨에 살던 시간들, 브런치에 내 일상을 공유하며 그토록 내가 대견했던 순간들.. 내 글을 통해 나와 함께 나를 알아가고 싶어 하셨던 구독자님들.. 턱 없이 부족했던 내가 그래도 글이라는 끈이 놓지 않았던 건 내 글이 그래도 읽히고 작게 남아 공감을 하고 있다는 것이 나를 많이 다독거려 주었다. 사실은 내가 참 많이 위로와 힘을 얻었다. 브런치를 만나서 말이다.



2022년 10월 20일 브런치 북 도전 이후 난 사실.. 또 다른 도전을 하고 있었다. 시작은 2022년 1월부터였다. 난 바이오를 전공한 사람이고, 화학을 전공하는 교수님께서 같이 책을 써보자고 제안하셨다. 물론 이 책은 전공 서적에 가깝다. 우리가 하는 연구가 일반인 이든, 전공자이든 화학을 전공한 사람이 생물분야를 좀 더 이해하기 쉽게 책을 써보자는 취지였다.



엄밀히 말하자면, 화학을 도구로 활용해서 생명체에 일어나는 일들을 눈으로 보면서 이해해보고자 하는 지난 15년간 우리가 같이 연구한 분야를 쉽게 소개하는 책이었다.



처음에는 거절했다. 자신이 없었다. 글 빚이 얼마나 무겁고 무서운 것인지 너무나 잘 알기 때문에 마냥 좋을 수많은 없었다. 나의 거절로 출판사에 거절 의사를 밝였다고 전해 들었다. 출판사에서 또다시 제안을 해 왔고,  교수님께서 나에게 다시 한번 미팅을 하자고 했다. 우린 여러 가지 의견을 나누고 우선 우리가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을지, 어떤 형태로 책을 쓸지 먼저 구도를 잡아 보았다.



생물은 글보다 그림이 의미나 내용 전달에서 훨씬 효과 있다. 물론 생물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연구논문을 작성할 때도 제일 먼저 얻어진 결과를 이미지로 정리해서 시작한다. 수차례 미팅을 통해 얻어진 결과를 모아 글 쓰기를 시작한다. 이번 책도 그림에 좀 더 중점을 두고 싶다고 하셨다.



나는 유학시절 연구소에서도 종종 연구논문 관련 이미지를 그려주곤 했었다. 보통 파워포인트로 그림을 그리거나, 과학분야 그림 전용 프로그램이나 유료 사이트의 툴을 이용한다.  글을 두 사람이 쓰면 어조나 톤이 달라질 것 같아서, 나는 그림을 도맡아 그리기로 하고 책 쓰기를 시작했다.



내가 본젹적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건 작년 하반기부터였다.. 내용을 받아 보니, 후회가 밀려왔다.. 200페이지 책에 그림이 400여 개.. 이제와 못한다고 할 수도 없고.. 작가의 글을 읽고 내가 이해한 바를 그려내고, 다시 작가를 만나 의견을 조율하고 다시 그리기를 반복..



그래도 내 마음에 브런치 북 도전은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브런치 작가를 도전할 때 난 꼭 브런치 북에 도전할 거라 다짐했었다. 첫 도전부터 미루고 싶지 않았다. 너무 긴장하고 무리한 탓일까.. 브런치 북에 도전과 함께 브런치를 떠나버렸다. 밀린 숙제 하듯 해 버리고 내 던져버렸던 것 같다.



책 마감날짜에 맞춰 부랴부랴 출판사에 자료를 보내니, 유럽은 12월 연말까지 휴가라고 답변이 좀 오래 걸려도 이해해 달라고 답이 왔다. 허탈하기도 하고,  어쨌든 이제 공을 넘겼으니, 홀가분했다.



너무 무리한 탓일까.. 아무것도 하고 싶지가 않았다. 주말에 가족과 함께 근교에 나가 브런치를 먹었다. 바다를 보면서 정말 오랜만에 여유를 가졌다. 아직 몸은 많이 피곤했던지, 얼마 머물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와 아들과 낮잠이 들었다.



2시간 남짓 아들이 보채서 깨보니, 아들 몸이 불덩이였다.. 급하게 해열제를 먹이고 겨우 열이 좀 내리나 해서 안도하려는데 내 몸이 심상치 않았다. 목이 너무 아프고.. 서서히 몸에 열이 나기 시작했다. 38도가 넘었다. 갑자기 싸했다. 설마 혹시.. 얼른 코로나 진단 키트를 꺼냈다. 우리 가족은 아직 코로나에 감염 이력이 없던 터라 더욱 의심스러웠다.



나에게 서서히 보이는 두줄.. 앗뿔싸.. 얼른 아들의 코를 쑤셔서 테스트를 했다. 너무나 극명한 진한 두 개의 밴드.. 초초초양성이었다.. 무슨 이런 경우가.. 아직 밖에서도 혼자 못 나가는 아들이 왜.. 나는 또.. 12월 내내 사무실에서 혼자 그림만 그리고 사람도 만난 적 없었는데.. 허탈했다.. 연말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격리에 들어갔다.. 남편은 한참 뒤에 양성이 나타나서 우린 12월 31일까지 격리를 다 같이 했다..



그때 울리던 알림 소리.. 내가 구독한 작가님들의 새 글이 매일 2~3편씩 올라왔다는 메시지였다. 그렇게 나를 다시 이어주게 한 브런치 작가님들의 글은 잠들어 있던 나의 브런치 DNA를 작동시켰다. 그리고 2023년 새해 더 많은 작가님들이 글을 쓰기 시작하셨다. 매일매일 시도 때도 없이 알림이 울려댔다. 마치 나에게 뭐라고 하는 것처럼 말이다.



어김없이 일은 밀려오고, 또 예정에 없던 일들은 꼭 생긴다. 작년 말 격리 중에 새해부터 매일 한편씩 브런치에 글을 써야겠다 마음먹었지만, 새해부터 신규 연구과제 공고가 수도 없이 쏟아져 나왔다. 늘 연구비는 부족하기에 난 또 연구비 노예가 되어서 마감날짜를 세팅해 두고 또 열심히 과제를 썼다. 가슴에 브런치를 담고, 알림 소리에 아쉬워하며 '난 언제 글을 쓰지' 그저 이번만 지나가길 바라며 또 시간만 생기기를 기다렸다.



왜 난 어렵게 브런치 작가가 되고 쉽게 글쓰기를 포기하게 된 것일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속상했다. 돌이켜 보니, 하고 싶은 이야기가 생기면  머릿속에 담아만 두고 스케치한  내용을 쓸려고 하면 꼭 다음 날 다른 급한 일이 생겨서 글쓰기를 미루게 되었다. 그리고 그때 생생한 기억과 감정이 하루 이틀 옅어지면서 기억초자 없어져 버리면서 글 한편을 미루고.. 또 한편을 미루고.. 그러다 갑자기 다시 마주하면 막막하다..


그래서 시작보다 포기가 더 쉬웠다.


바빠서라고 핑계를 대고 보니, 뭐 그렇게 브런치를 어렵게 대했을까 싶었다. 누군가 내 글을 안 읽어주면 어쩌나 해서 대단한 뭔가를 써야 한다고 시작부터 무거운 마음이었던 같다. 그래서 대충 해서도 안되고, 아무렇게 대하면 안 될 것 같아 항상 브런치를 쓸 때는 하루종일 특별한 일이 없는 날을 골라 정성을 다해 썼던 것 같다.



브런치를 대하는 나의 자세는 진지하다. 그러나 방법이 틀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절대 꾸준히 할 수 없는 "브런치를 일처럼 대하는 이런 방식"으로는 난 절대 글쓰기를 즐길 수 없다는 사실 말이다.



내가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언젠가 그 실력이 쌓이면 더 좋겠지만, 지금 나는 브런치와  친해지는 것이다.  잠깐이라도, 짧은 글이라도 브런치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지금 당장은 보이지 않더라고 뭔가 보이기 시작하는 그 시점에 길이 보일지도 모른다.  할 수 있는 만큼의 목표를 세우고 꾸준히 실력이 될 만큼 브런치를 해보는 일이 필요한 것 같다.  그러다 보면 노력의 기적이 올 수도 있을 거라는 기대도 함께 가져본다.  


무리하지 않고, 서서히.. 그렇게 스며들게 되면, "내가 브런치인지 브런치가 나인지 "우리가 하나 되는 그때도 오지 않을까? 이제는 "미루지" 않고 "당기기" 하며 살기로 했다.  브런치 올해도 잘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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