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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보현 Sep 06. 2020

아이가 ‘주말’을 알았으면 좋겠다

모리스 샌닥 <where the wild things are>


 아이가 ‘주말’을 알았으면 좋겠다.
9시 10시 때론 11시까지 늘어지게 자는 것.
늦은 점심과 늦은 저녁 때론 한끼만 먹는 것.
넷플릭스에 새로 올라온 시즌 몽땅 보는 것.
밀레니엄 시리즈 같은 추리소설 읽는 것.
커피와 해동시킨 당근케잌으로도 행복해지는 것.
이런게 주말이라고 알았으면 좋겠다.
그 때쯤이면,
주말을 알 때쯤이면 내 곁에 없겠지.
그럼 아이가 ‘주말’을 몰랐으면 좋겠다.

 이런 변덕스런 아침에 남편과 아이를 위해 식사를 준비하며 모리스 샌닥의 <Where The Wild Things Are>를 읽는다. 팬케잌이 구워지는 6분 30초 타이머를 맞추고 주방에 쭈그려 앉아서 읽는데, 아이가 옆에 와 따라 앉는다.



 샌닥이 그린 사고뭉치 맥스. 꾸중하는 엄마에게 ‘엄마 잡아먹어버릴거야’ 소리치다가 방에 갇힌다.  갇힌 방에서 나무와 풀이 자라고 바다가 생겨 먼 섬까지 맥스는 여행을 떠난다. 괴물들이 사는 섬. 그 곳에서 맥스는 괴물들의 왕이 되어 매일 즐겁게 지내지만, 자기를 사랑해주는 사람이 없음에 슬퍼하고 그리움을 갖는다. 멀리서 맛있는 스프 냄새가 나자 맥스는 섬을 떠나 방으로 돌아온다. 그 곳에는 엄마가 맥스를 위해 준비해 준 스프가 있다.

and it was still hot.
아직도 따뜻해.

딸아이에게 바래본다. 주말은 몰라도 스프의 온기를 느낄 줄 아는 아이가 되길.
나에게도 바래본다. 따뜻한 스프를 만들고 아이를 기다려주는 엄마가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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