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랬을지도 모를 일
아름다운 고조섬을 떠나는 배 안에서
나는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할머니 두 분을 보았어.
어떤 이야기를 나누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분위기로 봐서는 아마 자매 아니면 오래된 친구 정도 되는 거 같았어.
나는 그들을 가만히 바라보며 우리의 지난 여행들을 생각해 봤어.
앞으로는 결코 없을 우리의 여행들을 상상해 보며.
그 순간만은 너에게 혹은 너희들에게 문자 한 통 보내고 싶었지만 애써 참았어.
지금 내 기분이 바다 건너 저 멀리에 있는 너와는 다를 수도 있을 테니까.
한때 우린 함께 몰타로 여행을 갈지 고민한 적이 있었지.
아마 우리가 함께 이곳에 왔었더라면
나는 이 작은 섬에서 미치도록 너희들을 그리워했을지도 몰라.
참 다행이더라.
함께한 여행이 많아서,
함께한 여행 중 몰타가 없어서,
내 마음이 지난 여행을 그리워하는 만큼 너를 그리워하지는 않아서,
그리워할 수 있어서,
미워할 수 있어서.
아마 우리가 감정의 골이 깊어지지 않아서
혹은 내가 덜 예민해서
혹은 네가 덜 냉정해서
우리의 인연이 이어졌더라면, 우리는 같이 이 아름다운 섬에서 함께할 수 있었을까?
아마도 그랬을지도 모를 일이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