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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e May 13. 2023

어쩌면

그랬을지도 모를 일


아름다운 고조섬을 떠나는 배 안에서

나는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할머니 두 분을 보았어.

어떤 이야기를 나누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분위기로 봐서는 아마 자매 아니면 오래된 친구 정도 되는 거 같았어.

나는 그들을 가만히 바라보며 우리의 지난 여행들을 생각해 봤어.

앞으로는 결코 없을 우리의 여행들을 상상해 보며.

그 순간만은 너에게 혹은 너희들에게 문자 한 통 보내고 싶었지만 애써 참았어.

지금 내 기분이 바다 건너 저 멀리에 있는 너와는 다를 수도 있을 테니까.


한때 우린 함께 몰타로 여행을 갈지 고민한 적이 있었지.

아마 우리가 함께 이곳에 왔었더라면

나는 이 작은 섬에서 미치도록 너희들을 그리워했을지도 몰라.

참 다행이더라.

함께한 여행이 많아서,

함께한 여행 중 몰타가 없어서,

내 마음이 지난 여행을 그리워하는 만큼 너를 그리워하지는 않아서,

그리워할 수 있어서,

미워할 수 있어서.



아마 우리가 감정의 골이 깊어지지 않아서

혹은 내가 덜 예민해서

혹은 네가 덜 냉정해서

우리의 인연이 이어졌더라면, 우리는 같이 이 아름다운 섬에서 함께할 수 있었을까?

아마도 그랬을지도 모를 일이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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