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숲속 아지트 #2
휘황찬란하게 빛나는 도시를 지나 1시간쯤 달리면 등장하는 초록빛 가득한 세상.
이곳은 나의 숲속 아지트, 시계가 멈추는 곳이다.
연못을 지나 흙을 다져 만들어 놓은 계단을 오르면 등장하는 텃밭.
이곳에는 아빠에게 열심히 물어가며 심은 여러 채소들이 자라고 있다.
귀농은 하고 싶고 텃밭은 가꾸고 싶지만 벌레는 끔찍이도 싫어하는 텃밭 주인은 몸 곳곳에 벌레 퇴치 스티커를 붙이고, 벌레 퇴치 팔찌를 차고 있다.
내 소중한 채소들을 먹어 삼키는 작은 벌레들이 부디 나에게는 관심 갖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텃밭을 관리한다.
'토마토 하나 내어줄 테니 나는 건드리지 말아다오.'
그런 내 마음을 읽었는지 오늘도 작은 벌레들이 내 손에 꼭 붙어 인사를 건넨다.
텃밭을 가꾸고 가장 좋았던 부분은 바로 '유기농 채소'를 먹을 수 있다는 점이었다.
호박, 오이, 배추, 깻잎, 상추 등 농약 한번 치지 않고 길러낸 녀석들은 보기엔 못생겼지만 맛이 참 좋다.
비록 여기저기 뚫린 구멍이 그들의 생존이 얼마나 힘들었었는지 생생히 보여주지만, 그래도 농약을 치고 싶지는 않았다.
텃밭에서 자란 오이는 크기는 조금 작지만 아주 연하고 부드러웠고, 상추는 양배추만큼 잎이 넓게 자랐다.
토마토는 조금 푸른 것도 아삭함과 단맛 그리고 시원함을 자랑했다. 텃밭에서 자란 토마토로 만든 주스를 마실 때면 토마토가 조금밖에 없는 것이 너무 아쉬웠다.
여기저기 심은 배추는 삼겹살과 최고의 궁합을 자랑한다.
거친 자연에서 살아남기 위해 조금 잎이 억세졌지만, 비록 먹을 때 살짝 매운맛을 가지고 있지만.
그래도 내 땅에서 내 손으로 길렀다는 이유만으로도 사랑스럽기 그지없다.
물론 나에게 맛있는 만큼 고라니에게도 최고의 식량이 되어주었다.
오랜만에 찾은 텃밭에서 여기저기 뜯겨나간 배추를 목격했을 때, 그 충격은 실로 대단했다.
내 자식처럼 여겨 건강하게 자라라며 뿌려준 비료 냄새가 아직도 생생한데, 건강하게 자라 고라니에게 먹혔다니.
역시 초보 텃밭 주인은 아직 부족한 점이 너무 많다.
그래도 고라니 덕분에 이 배추가 정말 맛있다는 검증을 받은 느낌이었다.
당장 배추를 둘러 울타리를 쳤다. 나무 막대를 바닥에 고정시켜 비닐 끈을 엮었다.
초보 텃밭 주인은 배추에게 제발 고라니에게 뜯어 먹히지 말라며 당부의 말을 하고 다시 도시로 돌아간다.
올해는 어떤 아이들을 키워볼까 고민 중입니다.
배추, 오이, 방울토마토, 가지 정도가 좋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