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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산중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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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문숙 May 24. 2024

민트를 마셔요

마당의 선물

  민트가 장미와 수국을 덮어버릴 지경이라 어제부터 민트를 뽑고 있다. 오늘 아침에는 민트향이 더욱 강하게 다가오더니 검고 포실한 흙 속에서 질긴 뿌리가 뽑혀 나올 때는 흙냄새에 민트의 알싸한 향기가 섞여 저절로 눈이 감겼다. 잡아당기는 민트 줄기에서 전해지는 짜릿함에 몰래 나쁜 짓을 하는 감각이 숨어있다. 민트가 마당을 모두 덮어버린 것도 아니고 또 모두 없앨 수도 없으니 적당히 남겨두고 여린 잎이 달려있는 민트를 몇 줄기 잘랐다.



   찬물에 식초를 떨구고 민트를 담가서 흙을 떨어냈다. 물을 끓이고 찻잔을 데우고 민트를 우렸다. 연녹색 찻물이 곱다. 눈으로 코로 입으로 마신다. 청량한 맛 뒤에 달콤함이 숨어있다. 여름의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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