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테판 볼만, 여자와 책
책은 냄새를 풍긴다. 표지 냄새, 종이 냄새, 잉크 냄새, 접착제 냄새뿐 아니라 시간의 냄새, 책이 적절하게 혹은 부적절하게 보관되어 있던 모든 장소의 냄새를 풍긴다. 막 나온 책이라면 신선하고 싸한 냄새를 풍기고, 오래된 책은 습한 지하실 특유의 큼큼한 냄새를 풍긴다. 시간이 흐르면서 책은 주인의 흔적을 보여준다. 커피나 와인자국, 귀퉁이가 접힌 부분, 찢어진 부분, 종이가 갈변한 부분이 생긴다. 곰팡내가 나고, 표지에 때가 묻고, 뒤틀리기도 한다.
슈테판 볼만, [여자와 책]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