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 - #1. 트빌리시 Tbilisi
루스타벨리 대로 - 비운의 화가 니코 피로스마니
루스타벨리 대로에는 조지아 국립박물관과 국립미술관, 트빌리시 현대 미술관, 조지아 순수 미술관 등의 박물관이 모여있다. 그중 조지아 국립 미술관에는 조지아를 대표하는 화가 '니코 피로스마니'의 작품이 대거 전시되어 있다. 여행자들이 루스타벨리 대로를 찾는 이유이기도 하다.
니코 피로스마니는 조지아 화폐 '라리'에도 실렸을 만큼 존경받는 화가다. 하지만 당대 유명 화가들과 마찬가지로 살아생전에는 주목받지 못하고 사후에 높게 평가됐다.
니코 피로스마니(Niko Pirosmani)
니코 피로스마니는 1862년 시그나기 근방 시골에서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어린 나이에 고아가 된 그는 여덟 살이 되던 해 트빌리시로 상경해 부잣집 하인으로 들어가 그 집에서 글 읽는 방법과 러시아어를 배웠다. 사춘기에 접어들며 미술에 관심을 갖게 됐는데 형편상 전문적인 미술교육을 받지 못했지만 상점이나 선술집의 간판을 관찰하고 독학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피로스마니는 일평생 이 일 저 일을 전전하며 계속해 그림을 그렸다. 나중에는 작은 가게나 선술집, 여관 간판을 그리는 간판장이가 되었는데, 단순히 간판을 그리고 남은 물감으로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였다. 1913년 그의 나이 쉰둘, 모스크바에서 전시회가 열렸다. 오랜 고생 끝에 찾아온 기회였지만 기대와 달리 작품 판매는 부진했고, 명성에 도움도 되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피로스마니는 그루지아 화가 협회에 가입했다. 화가 협회 화가들은 가방끈이 짧다며 피로스마니를 무시했는데, 그중 한 명은 피로스마니를 풍자하는 그림을 그려 그의 작품을 혹평했다. 이때 마음에 큰 상처를 입은 그는 다른 사람들과 왕래를 끊고 은둔생활을 하며 홀로 지내게 된다.
피로스마니의 삶에는 늘 빈곤이라는 그림자가 따라다녔다.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며 소련은 금주법을 도입했고, 술집이 문 닫으며 간판 주문이 끊기자 피로스마니는 이곳저곳을 전전하며 초상화를 그려 생계를 이어갔다. 나중에는 초상화를 그려주는 대신 그 값으로 빵을 받아 생활했는데, 이마저도 끊기자 빵 대신 술로 끼니를 연명했다. 1918년 4월, 스페인 독감이 한창 유행이던 그해 봄. 피로스마니는 트빌리시에 있는 창고를 개조한 작은 작업실에서 영양실조와 간 기능 저하로 쓸쓸하게 생을 마감했다.
국립미술관에는 피로스마니의 작품이 다수 전시되어 있다. 그중 '붉은 옷의 어부'는 피로스마니의 작품 중 가장 뛰어난 작품이라 평가받는다.
물감 살 돈이 없던 피로스마니는 물감을 직접 만들어 썼다. 캔버스를 살 수 없을 정도로 가난해 나중에는 이마저도 아끼기 위해 식탁보로 쓰이던 값싼 검은 천에 그림을 그렸다. 밝은 물감으로 어두운 부분을 칠하고, 어두운 부분을 표현할 때는 색을 칠하지 않은 채 그대로 두곤 했다. 그래서 그의 작품 대부분은 어두운 분위기를 띄고 있다.
오늘날 피로스마니는 피카소를 비롯한 당대 화가들에게 영감을 준 화가로 소개되고 있다. 1926년 프랑스에서는 피로스마니의 작품이 실린 도록이 출판됐다. 그는 단숨에 유럽에서 주목받는 화가가 되었다. 조지아 출신의 텍스타일 디자이너 '일리아 즈다네비치'는 파블로 피카소에게 피로스마니의 도록을 전달했다. '피카소'는 피로스마니의 그림에 흥미를 느껴 1972년 그를 묘사한 그림을 남겼다.
미술관 지하에는 기념품 상점이 있는데 니코 피로스마니와 관련된 티셔츠, 책갈피 등 다양한 기념품을 구입할 수 있다. 그를 이야기할 때 빠짐없이 등장하는 '백만 송이 장미'와 관련된 일화는 다음에 방문할 시그나기에서 소개하고자 한다.
유튜브를 살펴보던 중 니코 피로스마니와 관련된 흥미로운 애니메이션들을 찾았다.
첫 번째 동영상은 '붉은 옷을 입은 어부'가 등장하며, 두 번째 동영상은 피로니스마니가 그의 대표작을 따라 이동하는 스토리로 짧게 구성되어 있는데 배경음악과 그림체가 좋아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다.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꼬불꼬불한 글자는 조지아 알파벳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8i9xzgnW7o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