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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주희 Apr 14. 2024

김포공항에서

 사람의 얼굴은 보는 이를 미소 짓게도, 찌푸리게도 한다. 간절히 누군가를 보고 싶어 하는 마음이 가득한 곳에 가면 나도 덩달아 미소 짓게 된다는 걸 알았다.

 회사일로 제주 출장을 간 남자친구를 만나러 지난주 김포공항을 두 번이나 갔다. 도착하는 승객이 나오는 출구는 딱 한 군데다. 탑승객을 기다리는 사람들은 '대기선'이라고 적힌 노란 줄 뒤에 서서 각자가 기다리는 '그 사람'을 눈으로 열심히 찾는다. '그 사람'은 며칠간 여행을 가서 못 본 어린 아들 딸일 때도 있고, 오랫동안 떨어져 있던 연인일 때도 있다.

 내가 찾는 이의 모습을 드디어 발견한 사람의 얼굴은 한순간 환희에 가득 찬다. 기다리는 쪽이 아이일 경우에는 자주 그 노란 대기선을 넘어 보고 싶은 이에게 달려가기 일쑤다. 그러면 기다리던 사람의 환한 표정이 그 발견한 상대에게도 수채화 물감이 퍼지듯 번진다. 이 숨바꼭질의 피날레는 뜨거운 포옹이다.

 다른 사람이 다 들릴 정도의 큰 대화 소리도 여기서는 불편하지 않다. 다만

 '얼마나 보고 싶었으면.'

 하는 생각이 드는 정도다. 얼마만큼의 기간 동안 서로를 보지 못했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사람이 다른 사람을 그리워하고 사랑하는 마음은 옆에서 지켜보는 것만으로 같이 뭉클해진다.


 나는 그렇게는 열렬히 마음을 표현하진 못하고 그저 빙긋이 손을 흔들어 그에게 내가 여기 있음을 알렸다. 그리고는 손을 꼭 잡았다. 하지만 이런 뜨거운 마음마음을 고 싶어 나는 앞으로도 자주 공항에 마중을 나갈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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