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충, 퍽
"이번에는 자유형 25m, 그리고 위로 올라가세요!"
"올라가요? 바깥으로요?"
"네, 올라가세요~"
또 뭘까,
마음의 준비가 전혀 되지 않았는데.
서프라이즈 이벤트는
사랑하는 사이에서만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왕초보를 막 벗어나려는 때에,
수경을 바꿔볼까 검색을 하다가
수영 카페에 가입했다.
다양한 용어들을 접할 수 있었는데,
'스탓데이'라는 말도 알게 되었다.
여기서 스타트는
바깥에서 물로 뛰어드는, 다이빙을 말한다.
대회에 나가려면 스타트는 필수지만,
나와는 관련 없기에
정말 멋진 사람들이 많구나 하고 넘겼던
스타트.
그날이
내게도 예고 없이 찾아왔다.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물에 뛰어들어본 적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나는 후자이고,
심지어 겁이 아주 많은 사람이다.
그래도,
물공포증도 이긴 사람인데
그다음 시련이 뭔들 못 이기겠냐!
싶은 마음으로 올라갔다.
막상 올라가서 내려다보니
이런,
꽤 무섭잖아?
다리가 호달달 떨렸다.
그리고는 어땠겠는가
당신의 상상, 그대로다.
나는 창의적인 다이빙으로
모두를 빵 터트렸다.
내 상상 속의 나는
돌고래처럼 포물선을 그리며
점프하는 모습이었는데,
실제로는 토끼였다고 한다.
깡충, 퍽 -
주 1회 20분씩,
그것도 한 명씩 돌아가며 뛰다 보니
실제로 뛰는 건 3번 정도?
이렇게 해서는 실력이 늘 리가 없다.
영원회귀처럼
매번 이 처음이었고,
매 순간이 새로웠다.
하하.
언젠가 사람 없는 야외수영장에서
남편에게 촬영을 부탁하고
뛰어봤는데
참나,
정말 웃음밖에 나오지 않는
대충격의 모습을 보고야 말았다.
선생님이 늘 나한테
점프를 하라고 했다.
나는 분명 점프를 하고 있는데 말이다.
그런데 영상을 통해 본 나는
정말 전혀 점프를 하고 있지 않았다.
아니 이럴 수가 있나. 하하하
처참하다.
서로 농담을 잘 주고받는 회원님도 말했다.
"자기는 정말 다 잘하는데,
다이빙만 안되네~"
흑흑
사실 모든 수영장이 다이빙 금지라
평소에 수영할 때는 할 일이 없어서
못해도 상관없는데
그래도 멋있지 않은가!
멋이 중요하지, 암.
그리고 얼마 전에
대회를 나가볼까 하는 마음이 콩알만큼 생겼는데,
스타트가 자신 없어서 접게 되자
살짝 미련이 남는다.
이후
어느 수영장에서 사고가 발생했다는
뉴스가 퍼졌고,
우리 수영장에서도 강습 금지령이 떨어져서
이제 스타트 데이는 사라졌다.
매번 처음만 반복하던 날이었지만,
그래도 신선한 자극이었는데
아쉽게 되었다.
언젠가 스타트 특강을 찾아서
원정 학습을 떠나야겠다고
이 글을 쓰며 다시 한번 다짐한다.
잘하진 못하지만,
그래도 계속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