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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흘러가는 대로 가보자

LA LA LAND 물줄기를 더듬어가다 보면꿈에 이를 수 있을 거야

LA LA LAND!

그냥 흘러가는 대로 가보자.     

                                                 

  꿈을 꾸는 사람들을 위한 별들의 도시 ‘라라랜드’. 

   ‘위플래쉬’로 재능을 인정받은 다미엔 차젤레 감독의   ‘라라랜드’는 배우 지망생 ‘미아’와 재즈 피아니스트 ‘세바스찬’를 통해 꿈을 좇는 청춘의 열정과 사랑을 뮤직 로맨스 영화다. 베니스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은데 이어 라라랜드의 OST 또한 높은 작품성으로 사랑받았다.   ‘라라랜드’는 "비현실적 세계(La La Land)"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사전적 의미로는 "꿈의 나라" 즉 ‘현실적으로는 이루지 못하는 세상’을 뜻한다고 한다.


  줄거리만 보면 어릴 때부터 배우가 꿈이었던 미아가 대학을 그만두고 커피숍 아르바이트를 하며 6년 동안 오디션에 매달리지만 번번이 탈락하다가 역시나 방황하는 재즈 뮤지션 세바스찬을 만나 서로의 삶에서 의미를 찾게 되고 마침내는 꿈을 이룬다는 진부하고 식상한 이야기다.

  하지만 라라랜드는 줄거리보다는 감미로우면서도 역동적인 음악과 LA의 사계절을 담은 아름다운 영상, 엠마스톤과 라이온 고글링의 진지한 연기, 당연한 결말을 뒤집는 반전 때문에 더 여운이 남는 작품이다.


  고급 레스토랑에서 피아노 반주자로 일하는 세바스찬은 순수 재즈 음악을 연주하고 싶어 하지만 캐럴을 연주하라는 지배인의 지시를 거부하다가 번번이 해고당한다. 재즈에 대한 열정을 버리지 못한 그는 재즈는 언어가 통하지 않는 사람들 사이에서 언어를 대신하는 것이라 생각하며 ‘셉트’라는 자신만의 재즈 카페를 만들려는 꿈을 갖고 살아간다. 

  꿈을 찾기 위한 젊은이의 방황과 사랑, 번민과 용기, 번번이 부딪는 사회의 벽. 결국 두 사람을 다시 일어서게 하는 것은 서로에 대한 사랑과 격려의 힘이었다. 인기 있는 배우가 되거나 유명 재즈 뮤지션이 되는 것은 다가갈 수 없는 비현실적인 꿈이기에 생계를 위해서는 돈을 벌어야 하는 현실도 외면할 수 없었다. 세바스찬은 미아가 고향의 부모님과 통화하는 내용을 우연히 듣다가 경제적 능력을 고민하게 되고 내키지는 않지만 퓨전 재즈그룹 ‘메신저’의 피아노 반주자로 일하기로 한다. 


  처음 미아와 세바스찬은 정체된 도로에서 신호 대기 중 우연히 마주치는데 그 이후에도 여러 번 운명처럼 우연한 만남이 이어진다. 그들은 서로 티격태격하다가도 서로의 리듬에 맞춰 춤을 추기도 하면서 사랑의 감정을 확인한다. ‘정신없이 돌고 도는 세상만 바라보아야 하는 나. 내가 나로 발견될 곳은 어디인가’라는 노랫말처럼 그들은 서로에게서 서로를 발견한다. 

 오디션 발탁에만 목매지 말고 직접 자신의 작품을 써보라는 세바스찬의 격려에 힘을 얻은 미아는 1인 연극 공연을 준비한다. 그룹 ‘메신저’의 순회공연 때문에 바빠진 세바스찬은 미아의 1인극 공연 날에도 참석하지 못한다. 1인극 공연 혹평으로 미아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고향에 내려가고, 세바스찬은 미아 때문에 재즈 뮤지션으로서의 자신의 꿈을 포기했는데 ‘왜 꿈을 포기했느냐?’는 미아의 비난에 상처 받는다.

  우연히 미아의 1인극을 관람 온 기획자가 미아를 캐스팅하면서 파리 공연이라는 꿈의 기회가 찾아온다. 선택과 결정의 순간, 세바스찬은 미아에게 ‘우리 그냥 흘러가게 내버려 두자.’는 말을 하며 서로 최선을 다해보자고 격려한다.


  5년 뒤 모습은 우리가 흔히 상상하는 배우로서 성공한 미아가 LA로 돌아와 세바스찬과 행복한 삶을 시작하리라는 결말과는 거리가 멀었다. 예쁜 딸의 엄마이고 다른 남자의 아내가 된 미아가 우연히 남편과 셉틱이라는 전통 재즈바를 방문하는데 그곳에서 연인이었든 세바스찬을 만난다. 세바스찬과 미아는 서로를 확인하게 되지만 둘 사이에는 다가갈 수 없는 시간이 있었다. 세바스찬은 아무 말 없이 오래전 미아와의 만남 때 연주했던 피아노곡을 연주하고 돌아서는 미아는 눈물짓는다. 

  무엇보다도 이 영화를 오래도록 기억하게 하는 부분은 에필로그 부분인데 상상으로 펼쳐지는 세바스찬과 미아의 사랑 장면이다. 하얀 집에서 세바스찬과 미아와 어린 아들, 단란한 가족의 모습이 펼쳐지는 장면은 우리들의 감성을 두드린다.


  라라랜드가 아름다운 이유는 천문대를 찾아간 남녀의 몽환적인 사랑 장면 때문이기도 하고 전체적으로 흐르는 강렬하고 부드러운 피아노와 재즈의 선율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제목 ‘라라랜드’가 현실적으로는 이룰 수 없는 세상을 상징하듯 세바스찬과 미아의 사랑이 이루어지지 못한 점이다. 때로 미완의 것은 완성된 것보다 더 아름답다. 

  현실과 이상의 괴리감. 현실과 이상을 양손에 쥘 수는 없을 때 대개는 현실을 쫓게 마련이다. 시간이 흘러보면 현실은 별로 나아진 게 없고 자신은 늙어버렸음을 깨닫는다. 꿈을 실현할 기회는 이미 가버리고 후회 속에 삶을 반추하게 된다. 무언가에 매달리는 것은 간절함의 표현일 것이다. 밥벌이를 위해서는 세속의 음악을 연주해야 하지만 심장의 언어는 재즈를 연주하라고 독촉한다. 세바스찬은 밥벌이를 위해 순수 재즈를 잠시 놓고 퓨전 재즈의 길을 갔지만 너무 늦기 전에 자신의 꿈으로 돌아왔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누구일까? 분명 미아와 세바스찬이지만 둘 중 한 명을 선택한다면 나는 주저함 없이 세바스찬을 고를 것이다. 인정받지 못한 뮤지션이지만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끊임없이 세상을 두드리는 세바스찬의 모습은 본디 이룰 수 없는 곳. ‘라라랜드’를 두드리면 이룰 수 있는 곳으로 바꿔준다. 미아에게 세바스찬과의 만남이 없었다면 그녀의 삶은 오디션만 쫓아다니는 커피점 아르바이트생으로 끝났을지 모른다. 


  마법과 같은 파란 밤하늘로 빛나는 밤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 강렬한 쿨 블루, 그린, 핑크를 이용 환상적인 분위기를 만들었다. 시각적 아름다움과 청각적 즐거움을 주는 영화. 라라랜드.

불가능해 보이지만 가능한 꿈을 두드리고 싶어 진다. ‘그냥 흘러가는 대로 가보자.’라던 세바스찬의 음성. 인생을 그냥 흘러가는 대로 내버려 두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게 될까?  자꾸만 물줄기를 바꾸려 하고 무언가로 가두려 하니 인생이 피곤해지는 것은 아닐까... 흘러가는 대로 내버려 두면 ‘라라랜드’(불가능 랜드)가 ‘가능 랜드’로 바뀔 수 있을까?

그러나 이 영화에서 핵심은 아마도  "그냥 흘러가는 대로 가보자! "라고 세바스찬은 말했지만 그들은 흘러가는 대로 내버려 두지 않았다는 점이다. 끊임없이 보이지 않는 물줄기를 찾았고... 그 물줄기는 어느 순간 그들의 삶을 바꾸었다.  그들의 사랑은 되돌릴 수 없었지만 각자의 꿈에는 도달할 수 있었다. 그들은 라라랜드(불가능 랜드)에서 '가능'의 물줄기를 찾았다.  /려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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