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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갤러리 까르찌나 Jun 08. 2022

안톤체홉 <반까>와 바실리 페로프<트로이카>

<그림과 문학이 만났을 때 2편>

안톤체홉 <반까>와 바실리 페로프<트로이카> 


: 어린아이를 어떻게 사랑할것인가

바실리 페로프(1833-1882)트로이카(1866년)

도스토옙스키의 소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서 카라마조프가의 맏형 이반은 "나는 어른들의 고통에 대해서는 아예 말도 하지 않겠어. 그들은 선악과를 먹었으니까 빌어먹을 악마가 그들을 죄다 잡아가든 말든 될 대로 되라지만, 하지만 아이들.. 아이들은!..."이라며 아이들의 고통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면이 있다 

맞다. 아이들은 보호받고 사랑받아야 한다. 우리 어른은 어떤 일이 있어도 아이들을 위해 살아야 하고 그들을 보둠어야 한다. 하지만 과거에도, 현재에도 수많은 어린이들이 고통 속에 신음하고 있다.


페로프의 그림 <트로이카>에도 아직 엄마 품에서 사랑받아야 할 열살 남짓한 어린 아이들이 추운 새벽부터 값싼 노동력이 되어 고통받고 있다. 또, 체홉의 단편 소설<반까>에도 그렇게 고통 받는 아이의 슬픔이 어린이의 언어로 잘 그려져 있다. 


1861년 러시아에서 이뤄진 농노해방은 신분만 해방시키고 먹고 살 땅을 나눠 주지 않은 허울 뿐인 해방이었다. 그렇게 스스로 삶을 영위해 나가지 못한 농노들은 어린아이들을 값싼 노동력으로 내보내 하루 식사라도 해결하게 한다. <트로이카>에는 말이 끌어야 할 수레를 열 살 남짓한 어린아이들이 대신 끌고 있다. 아직도 이른 새벽같아 보이며 물통에 고드름이 주렁주렁 달려 있는 것을 보면 날씨 또한 참으로 혹독해 보인다. 아이들이 이런 노동 끝에 얻는 노임은 얼마나 될까? 한 조각의 빵이라도 얻을 수 있을까? 핏기 없는 얼굴에 피곤에 찌든 아이들, 삶에 지쳐 보이는 아이들은 고통에 눌려 땅속으로 꺼질 듯하다. 

또 12살 소년이 자신의 서글픈 현실을 토로하는 편지글인 체홉의 단편 소설 <반까>에도 어린 소년의 불행한 삶이 처절하게 그려져 있다. 


12살 소년 반까 주코프는 3달전 모스크바에 살고 있는 한 구두 수선공에게 맡겨졌다 . 엄마도 아빠도 없고 가족이라곤 할아버지뿐인 불쌍한 아이 주코프는 주인이 일요일 교회 간사이 할아버지에게 편지를 쓴다.


“할아버지, 어제 저는 혼났어요 . 주인 아저씨가 머리채를 끌고 마당에서 가죽꾼으로 호되게 맞았어요. 주인댁 아기 요람을 흔들다가 깜빡 잠들었다고요. 며칠전에는 주인 아주머니가 청어를 다듬으라고 하셔서 꼬리부터 다듬기 시작했더니 청어 대가리로 제 얼굴을 쿡쿡 찔러댔어요. 견습공들은 보드카 심부름에다가 주인 아저씨의 오이를 훔치라 시켰고 그 때문에 주인 아저씨는 마구잡이로 떄렸어요. 밥은 하나도 없어요. 차와 수프는 주인 아저씨만 게걸스럽게 먹어요. 주인댁 아기 요람을 흔드느라 단 한숨도 잘 수가 없어요. 사랑하는 할아버지, 저를 시골집으로 데려가 주세요. 무릎 꿇고 빌어요 그리운 할아버지!! 여기에는 희망이 없어요. 죽음뿐이 존재해요. 저를 데려가만 주신다면 담배를 말아드릴게요. 매일 기도도하구요 만약 제가 나쁜짓을 한다면 마구 때리셔도 좋아요. 만약 해야할 일이 마땅히 없다면 찾아서라도 할게요 ”

안톤 체홉 반까의 삽화

어수룩한 어린아이의 언어로 불행한 현실을 보여주는 이 소설 또한  보호받지 못하고 사랑받지 못하는 어린이들의 삶을 아프게 보여주고 있다. <트로이카>의 아이들도, 체홉의 <반까>도 어린 나이에 겪으면 안되는 삶의 고통에 몸부림 치는 거다. 


그림 <트로이카>에서 페로프는 회색과 갈색을 써서 아이들의 어두운 현실을 잘 대변하고 있다. 또 마치 고통의 크기만큼 중력이 당기는 것처럼 아이들이 쓰러질 듯 꺼질 듯 앞으로 쏠리도록 그린 작가의 표현력은 그림의 극적 긴장감을 한층 더하게 한다. 그래서 가슴이 더 아린다. 


 또 소설 <반까> 에는 소년이 말을 하듯 서술된 순수한 언어가 우리를 더욱 슬프게 한다. 소설 마지막을 보면 반까는 편지 주소를 어찌 써야 하는 지 모른채 결국 자신의 방식대로 “시골에 있는 할아버지에게, 콘슨탄틴 마카리치에게”라고 편지 주소를 쓰고 기쁨과 희망을 갖고 우체통에 편지를 넣는다. 이 편지가 주인을 찾아가지 못할 거란걸 우린 너무도 잘 알고 있어 슬프다. 그리고 할아버지를 기다리며  온갖 억울함과 수모를 견뎌 낼것이고 그렇게 슬픔을 가진 어른이 되어 갈것이다. 그런 그의 천진함이 우릴 더욱 아프게 한다. 

체홉의 <반까>는 러시아에서 아주 유명한 소설로 만화, 영화, 연극 등으로도  자주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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