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말은 생각해서 들어야 알 수 있다.
조금 전에 초등 2학년 셋째가 나를 보더니 한 말이다.
엄마, 새엄마 같아
응? 뭐라고?
새엄마 같다고요.
응?
새로운 엄마 말이에요!
세 아들의 헤어컷을 하는 단골 미용실에서 올해 초에 새롭게 펌을 했었다.
미용실 사장님의 스타일이 너무 맘에 들어서 똑같이 해달라고 한 거였는데 예상했던 것만큼 잘 나오지 않았다. 그렇지만 괜찮을 것도 같아서 그런대로 잘 손질하고 다녔는데 친정 식구들과 아이들은 볼 때마다 이상하다고 했다. 기분이 별로였는데 펌 했던 비용이 아까워서 몇 달을 그냥 놔뒀다. 길이도 길었고 관리를 안 했더니 지저분해 보이기도 해서 단정하게 자르고 매직도 했다. 찰랑찰랑하고 매끄러운 생머리가 되자 미소가 저절로 나왔다. 펌 머리보다 훨씬 더 어려 보이고 생기 있어 보여 진작에 할걸 그랬다.
삼형제는 나에게 관심이 많은 것 같다.
다른 집 아이들은 엄마가 펌을 하건, 머리카락을 자르건 잘 모른다던데 우리 집 아이들은 미세하게 조금만 달라져도 바로 알아채고 반응을 보인다. 오늘 같은 경우는 확 달라졌으니 못 알아보면 이상한 거지만, 민감한 삼형제는 오늘도 역시 난리다.
"엄마, 머리 잘랐네요. 왜 잘랐어요? 무슨 일 있었어요?"부터 시작해서 "펌보다 훨씬 나아요. 귀엽기도 하고요. 이제 아줌마 아니고 진짜 엄마 같아요."이런 식이다. 첫째, 둘째, 셋째가 서로 먼저 말 경쟁이라도 하듯 쏟아냈는데 셋째가 나를 보자마자 했던 말이 참 쇼킹했다.
엄마, 새엄마 같아
얼핏 잘못 들으면 계모를 떠올리기 쉬운데 셋째는 내 헤어스타일을 보고 한 말이었다.
엄마가 새롭게 변신한 모습을 보고 맘에 들어서 한 말이었다.
엄마 왜 이렇게 예쁘냐고 셋째의 말을 듣고서야 알았다. 짜식!
이제 됐다. 아이들도 괜찮다고 하고 나도 맘에 들어서 더 이상 머리 스타일로 스트레스는 안 받겠지.
새엄마
이렇게도 말할 수 있구나! 2학년인 셋째가 말하는 걸 유심히 바라볼 때가 종종 있다. 첫째, 둘째와 다르게 생각지 못했던 단어를 끌어다가 표현할 때도 있고 2학년인데 이렇게 말도 하는구나 생각들만큼 어른보다 더 섬세하고 자세하게 말해서 깜짝깜짝 놀랄 때도 있다. 그래서 셋째와 대화를 나누는 게 즐겁다.
오늘은 "새엄마"라고 해서 순간 쇼킹하고 표정이 바뀔 뻔했는데, 듣고 보니 기분 좋게 해 준 말이어서 고맙고 고마웠다. 엄마는 헌 엄마 말고 새엄마가 좋아. 에어컨이 고장 나서 8월의 무더위를 에어컨 없이 며칠째 버티고 있어도 엄마는 지금이 너무 좋아. 행복해. 앞으로는 무조건적인 희생 말고 엄마 자신을 위해서 행복하게 살려고 무더위에도 마음을 다잡고 목표도 새로 세우면서 하나씩 하나씩 해 나가고 있거든. 그래서 지금 더위가 아주 힘들게 느껴지지도 않아. 더위도 상대적인가 봐. 겉모습이 단정해지고 침착해 보이는 것만큼 내공도 그렇게 찬찬히 묵묵히 키워나갈 거야. 지켜봐 줘. 아이들아! 엄마가 어떻게 변화해 가는지, 어떻게 성장해 가는지. 너희들이 자라고 성숙해가는만큼 엄마도 그럴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