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좋아한다.

by 글밤



책을 좋아한다.


책의 모습, 넘길 때 느껴지는 종이의 감촉, 책에서 풍기는 책만의 특유한 향 등을 모두 포함해 책이라는 사물 자체를 좋아한다.

그래서 마음에 들어온 책, 오랫동안 곁에 두고 읽고 싶은 책들을 소장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책을 읽는 것을 가장 좋아한다.

읽는 행동에서 오는 즐거움뿐만 아니라, 읽고 난 후의 감정과 생각의 확장이 나를 ‘책’이라는 세상 속으로 더욱 깊게 빠져들게 만들기 때문이다.

흥미와 재미를 불러일으키는 이야기들은 시간의 흐름을 느끼지 못할 만큼 빠른 속도로 마지막 장에 도착한다. 책을 다 읽고 나서도 얼마 동안은 내용과 결말이 내 안에 남아 다시 해체되고 조합되면서 새로운 곳으로 나를 이끌고, 여운이 사라지지 않은 상태에서 나는 주인공이 되어 마치 존재하는 세계처럼 나에게 적용해 상상의 이야기를 진행시키기도 한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있다.

단 한 장 넘기는 것이 큰 돌덩이 하나 옮기는 것만큼이나 힘과 인내를 필요로 하는 책들. 그런 책들은 도중 포기하고 책장의 한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그렇다고 끝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책이 가진 무게감은 그저 꽂혀있는 것만으로도 나에게 압박감을 주기 때문이다. '언제 읽을 거냐며'

그리고 시간이 지나다 보면 결국 그 책을 다시 펼치게 될 때가 있다. 그러면 참 신기하게도 처음보다는 많은 힘과 인내를 필요로 하지 않음을 알게 된다.

나는 그렇게 책을 좋아한다.


설렘으로 시작한 책이든 그렇지 않든 한 장 한 장 넘어가면서 빛이 나오고 소리가 들리고 장면이 그려지고 마침내 마지막 장을 넘기면, 마법이 시작된다.

책이 나에게 선물하는 세상이 열리는 것이다.

닫혀 있는 동안은 그저 활자들이 적힌 종이의 묶음일지도 모르지만, 펼쳐지는 순간 그 안의 내재된 가능성이 나에게도 전달되면서 수많은 감정과 생각들을 만들어내고, 내 삶을 채우는 조각들이 된다.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다. 물론 책을 읽기 좋은 계절이 따로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가을만큼이나 책을 읽기 좋은 계절은 봄이라고 생각한다.


신년 목표에 늘 들어있는 독서.

만약 지키지 못하고 있다면, 지금 가장 좋은 시작점이 될 테니까 말이다.


그 목표를 지키기 위해 구입한 책들이 나에게 무언의 아우성을 친다. 그렇게 나는 오늘 책의 세계로 떠날 예정이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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