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디 맑고 청아한 6월의 하늘.
저 구름이 없었다면, 하늘과 나와의 거리를
가늠하기 힘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비현실적이다.
하늘을 다 가릴 만큼
초록 잎을 가득 틔운 아름드리나무 아래로 걸어간다.
나무가 만들어주는 것은 그늘만이 아니었다.
사이사이로 스며드는 햇살을 받은 잎들이 반짝인다.
산책에서 만날 수 있는 호사로움이다.
빛나는 것은 잎만이 아니다. 걸어가는 내 발 앞으로 잎들의 그림자도 반짝인다.
내 키만큼이나 자란 들풀과 풀꽃 사이에 서니,
바람이 분다.
풀 사이를 휘감고 불어오는 바람에
옅은 풀향기와 아득한 꽃내음이 어려있다.
흔들리는 풀 사이에서
같은 바람을 맞으며 서있는 이 순간
나도 자연의 일부가 된다.
조금 전까지 내 안에서 맴돌던 생각들은 흩어졌고,
감정은 가벼워졌다.
내 마음 깊은 곳까지 내려가
쌓여있는 먼지를 떨어내는 듯 바람이 분다.
좁은 틈에서도 자연의 생명력을 발견한다.
이토록 작은 식물도
자신을 최대한 발현하는 것을 보면서,
순간 부끄러웠다.
푸른 하늘 아래 따스한 햇살이 반짝이고,
상쾌한 바람이 함께한 6월의 첫 산책.
바로 앞에 풍요로운 대지가 펼쳐져 있었지만 나는 가장 작고 가장 허름한 것만을 주시했다. 지극한 사랑의 몸짓으로 하늘이 위로 솟아올랐다가 다시 가라앉았다. 나는 하나의 내면이 되었으며, 그렇게 내면을 산책했다. 모든 외부는 꿈이 되었고 지금까지 내가 이해했던 것들은 모두 이해할 수 없는 것으로 바뀌었다. 나는 표면에서 떨어져 나와 지금 이 순간 내가 선함으로 인식하는 환상의 심연으로 추락했다. 우리가 이해하고 사랑하는 것이 우리를 이해하고 사랑한다. 나는 더 이상 나 자신이 아니라 어떤 다른 존재였으며, 또한 바로 그렇기 때문에 비로소 진정으로 나 자신이었다.
로베르트 발저 '산책'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