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의 계절- 나의 소중한 장미

by 글밤

어린 왕자는 우울하거나 쓸쓸하면 석양을 바라보았다. 작은 소행성이었기에 의자를 옮겨가며 몇 번이나 석양을 바라보았다. 그런 그의 별에 어느 날 씨앗 하나가 싹을 틔워 장미꽃을 피운다. 하지만 어린 왕자의 마음을 위로해 줄 수는 없었다. 그리고 장미와 다툰 후 철새 무리를 타고 왕자는 자신의 별을 떠난다. 여러 별을 거쳐 지구에 오게 된 어린 왕자는 사막 여우를 만나고, 장미꽃이 만발한 들판을 바라보면서 자신이 두고 온 장미꽃을 생각한다. 사막 여우는 말한다. 어린 왕자에게 그 장미가 소중한 이유는 그 장미에게 들인 시간 때문이라고, 어린 왕자는 자신의 장미꽃에게 돌아가려 한다. 하지만 너무나 멀리 떠나왔기에 일반적인 방법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그 결말이 너무나 강한 충격을 남긴 덕분일까, 아니면 장미꽃에 대한 생각 때문일까?


5월, 장미의 계절이 돌아오면, 가장 먼저 어린 왕자가 생각난다.


파란 하늘을 향해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장미를 바라보면, 그 순간만큼은 나도 순수한 마음으로 돌아가 저 하늘 어딘가에 있을 소행성 B612에서 어린 왕자가 자신의 장미를 돌보고 있을 거라고 믿는다.


장미는 아름다움의 대명사처럼 여겨진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나는 장미의 빛깔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장미 고유의 차갑기도 하면서 정열적인 그리고 동시에 따뜻한 느낌을 풍기는 색깔.


그리고 또 하나.

지기 때문에 아름답다.

피기 전까지 수많은 기대와 설렘으로 기다리던 마음은 활짝 피어난 꽃망울을 마주하는 순간 기쁨과 행복으로 바뀐다. 그러면 사진을 찍거나 하며 그 순간을 기억한다. 점차 사라질 모습임을 알기 때문이다.


다음 계절을 맞이하기 위해 바람이 불고 비가 내리고, 꽃잎이 하나둘씩 떨어지기 시작하고……

화려함이 영원히 계속되지 않는다.

우리의 인생도 그렇다. 우리의 삶이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은 우리에게는 끝이 있기 때문이다.


길가에 피어있는 장미꽃들은 어린 왕자의 장미꽃처럼 나에게 소중한 존재들은 아닐 수 있다. 단지 계절의 변화와 자연의 한 풍경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장미의 계절이 다시 돌아오면 나는 지나온 수많은 이즈음을 기억할 것이고, 어린 왕자를 생각하며 순수한 마음으로 하늘을 바라볼 것이고, 또 지나갈 장미의 아름다움에 대해 생각할 것이다.


내가 살면서 보아온 수많은 장미들은 지나온 내 삶의 순간들을 담고 있다. 감정과 생각의 연결 고리일 때도 있다. 그렇다면 나도 매년 마주하는 이 장미꽃들에게 시간을 들이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오늘 길가에서 마주한 장미꽃들은 오직 나만의 장미꽃은 아닐지라도 소중한 장미꽃 일수 있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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