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내가 쓰는 글

by 글밤


글이란 뭘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이 글들을 쓰기 시작했던 것 같다.

글은 지금을 담는다.

현재의 내 감정과 생각을 담는다. 비록 그것이 과거에 있었던 일에 관한 것일지라도, 반대로 미래를 향하고 있어도, 지금의 시간에 머무른 생각과 감정을 담는다.

예전에 한 친구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지금보다 열심히 독서를 하던 시절, 자주 책을 읽고 있는 나에게 조금 현실적이 되라고.

독서와 현실성을 같은 선에 두고 바라봐야 할 것인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그 친구가 실제로 말하려 했던 것은 이런 뜻이 아니었을까 싶다.

현재와 너무 동떨어져 있는 시간이 많으면, 실제로의 삶을 살아가는 시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직접 몸으로 경험해야 하는 시간들이 부족할 수도 있다는......

맞는 말이다. 눈앞에 문제가 있는데도 책을 보고 있다면, 그건 바람직하게 현재를 살아가는 것이 아닐 수도 있으니까. 그때는 그 친구의 그 말에 어떤 대답도 하지 않았던 기억이 있다.

지금이라면, 이렇게 말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책 속에 내가 원하는 답은 없을 수 있다. 그렇지만 방향을 찾게 도와주는 열쇠는 있다고.

우리는 삶을 길에 비유하기도 한다. 우리 모두 인생이라는 길 위에 있으니까.

우리 모두는 각기 나름의 다른 길을 간다. 그런데 어는 날 이 길이 나에게 맞는 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고, 아무리 편한 길 위에서도 불편함을 느낀다면?

다른 길이 존재한다. 그 길을 찾기 위한 시도를 해도 된다. 종종 헤맬 수도 있지만 이미 그 길을 갔던 사람이 있다. 지금도 그 길을 가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아마 자신이 원하고, 또한 맞는 길을 찾아 나서지 않을까?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스스로를 잘 아는 것이 먼저다. 보고 싶은 대로 보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의 익숙한 시선으로서가 아니라, 조금 더 객관적으로 자신을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글쓰기는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하는 중요한 도구다. 그리고 이 도구를 더욱 견고하고 세밀하게 다듬는 방법은 독서와 글쓰기다.

어떤 것이든 꾸준히 하면 반드시 임계점을 넘어 다음 단계로 나아가게 되는 순간들이 온다.

독서도 마찬가지다. 계속해서 읽고 장르를 구애하지 않고 읽다 보면, 평상시와는 다른 느낌이 강하게 밀려드는 순간이 온다. 그리고 그 순간을 넘어서면, 자신만의 독서습관 등이 생겨나고 정말 너무 글이 쓰고 싶어진다

책은 그 자체로 하나의 사물이기 이전에 그 안을 채우고 있는 것은 모두 누군가의 글이다.

경험해 보지 못한 세상을 인지하고, 같은 감정을 느끼고, 생각이 넓어짐과 동시에 이 사람들은 어떤 마음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을까라는 의문이 들면서 말이다.


친구가 나에게 말했던 그 시기가 내가 이 임계점을 향해 가고 있던 순간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계속해서 글을 써왔다.

일기를 쓰고, 짧은 문장의 메모를 적고, 목적에 따른 업무용 글을 쓰고, 시간을 더 거슬러 올라가 학창 시절에는 글짓기를 하고.


글도 다음 단계가 있다.

세상에 흔적을 남기는 글. 세상에 도움이 되는 글을 쓰고 싶다.


내 글이 나에게 들어와 나를 확장시켰던 글들처럼 쓸모가 있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내가 지나가고 있는 이 현재의 생각들이 누군가에게 작은 발견이 될 수 있다면 좋겠다.


평소에 그냥 지나치던 작은 풀의 이름을 알게 됐을 때, 문득 세상의 크기와 존재의 다양성을 깨닫게 되는 것처럼.





마지막으로, 나는 계속 성장을 꿈꾼다.

그리고 나의 글도 성장하기를 꿈꾼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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