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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헬로쿠쌤 Sep 20. 2023

나는 영어성경학교 교사입니다

영어가 아니라, 영어로 성경을 가르칩니다

오전 9시에 서둘러 집을 나선다. 한껏 게으름 피워도 좋을법한 토요일 아침이 분주함으로 시작된다. 미리 준비해 놓은 교재를 챙기고 잠이 덜 깬 아이들을 데리고 교회로 향한다.



나는 영어성경학교 교사입니다.


올해 초, 교회 영어성경학교 교사에 지원했을 때는 몰랐다. 이 일이 이렇게 준비와 헌신을 여러모로 필요한 일인지를단순히 영어라는 재능을 이용해 초등학생 아이들을 주말마다 만나 영어로 성경이야기를 나누며 가르치면 되는 정도라고 예상했다. 그동안 영어 관련 일은 꾸준히 해왔고, 아이들에게 성경을 가르친 적은 별로 없지만 교회 리더로 섬기고 있으니 크게 걱정하지 않은 채로 말이다.


그렇게 순진한 마음으로 시작했던 영어성경학교 교사로 활동한 지 이제 7개월 차다. 매 주말 아침 아이들을 위해 기도하며 준비하는 나를 포함한 십여분의 선생님들과 교육부 전도사님들 작은 헌신이지만 쉽지 않음을 알기에 또 한 번 감사함을 깨닫게 된다. 



잊지 말자 이곳은 영어로 성경을 배우는 자리임을


대한민국 교육 현실에서 영어가 차지하는 위상 때문일까? 처음 영어성경학교를 개강했을 때 학부모님들의 관심이 예상을 뛰어넘었다. 우리 교회에 다니지 않는 친구들까지도 소문을 듣고 등록을 하기도 했다. 물론 교회에서 이런 '특성화학교'를 운영하는 주요 목적 중 하나는 전도와 선교이니 교회 밖 아이들이 관심을 갖고 참여하는 것은 무척 의미 있는 일이라 하겠다. 


아무리 봉사이고 헌신인 자리지만, 교사로서 맡은 역할에 충실해야 하기에 교사대학 교육과정 수료와 나름의 테스트를 거쳤다. 그리고 매주 아이들을 만나기 전, 수업시간을 위해 따로 공부하며 무엇을 전할지를 구상해 두곤 한다. 처음에는 열심히 많은 내용을 가르치고 전하고자 하는 욕심이 커서 1시간의 수업시간 구성을 꽉 채워서 준비하곤 했다. 속사포처럼 쏟아내는 수업내용에 나조차도 버거울 정도로. 


그러다가 점차 아이들이 선생님과 수업에 대해 마음을 열기 시작하며 서로의 상호작용을 위한 시간을 더 많이 가지게 되었다. 여담이지만 '영어성경학교'에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온 경우는 없었다. 적어도 우리 반 친구들의 경우엔 말이다. 모두 영어를 배우라는 부모님의 권유로 왔다고 하니 처음부터 기대하는 마음으로 온 아이는 없었다는 뜻도 된다. 그래서일까 초반에 그다지 밝지 않은 분위기를 헤쳐나가는 것도 나에겐 숙제처럼 느껴졌다. 게다가 꽉 찬 커리큘럼으로 채운 한 시간의 수업이 아이들에겐 학원수업의 연장선처럼 여겨졌으리라. 


초반의 시행착오 끝에 수업은 '영어'라는 포커스에서 '성경'으로 점차 옮겨졌고 아이들은 선생님의 말을 듣는 수업에서 적극적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소통형 수업으로 점차 변모해 갔다. 성경에 근거한 내용을 한글과 영어로 배우며 생각을 나누는 수업은 세상 어디에도 없을 소중한 기회이길 간절히 바라며.



꼬마 신학자들의 날카로운 질문들


수업이 계속될수록 아이들과의 관계는 친밀해지고 수업은 익숙해지고 있다. 어느새 마음이 열린 아이들은 각자의 고민거리를 나누기도 하고 묻지 않았던 본인의 가정사까지 낱낱이 이야기기도 한다. 개인적으로는 요즘 초등학교 고학년 친구들의 마음속 생각과 관심을 파악하며 때로는 놀라기도 혹은 감탄하기도 한다. 물론 교사로서 나눈 이야기들에 관한 비밀은 철저히 지켜주고 있다. 


관계성이 깊어져서일까? 아이들은 가감 없이 궁금한 내용을 묻곤 한다. 아래는 아이들이 질문했던 내용 중 일부를 기록한 것이다.


'하나님은 왜 선악과를 만들어서 인간이 죄를 짓게 만들었어요?'
'천국과 지옥은 정말 있는 거 맞아요?'
'착하게 살았는데 예수님을 안 믿으면 어떻게 되나요?'
'세상에 종말이 온다는데 왜 나는 공부를 해야 해요?'
'기독교랑 가톨릭 그리고 이슬람교는 도대체 뭐가 다른 거예요?
'하나님은 선하신 분인데 왜 나쁜 사람이 계속 나쁜 일을 해도 벌을 받지 않나요?'


아이들은 쉬운 말투로 툭 뱉으며 내게 물어보지만 날카롭고 예리하며 근본적인 질문이 아닐 수 없다. 어른도 쉽게 답을 얻지 못하는 부분을 초등학교 4, 5학년의 이해력과 수준에 맞추어 최대한 쉽게 대답을 해주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따지고 보면 기독교 변증론에 근거해서 성경적으로 풀어야 하는 질문들이 대다수다. 그래서인지 요즘에는 다른 의미로 수업시간에 긴장이 된다. 일종의 거룩한 부담감이라 해야 하나...


그래서 내가 요즘 더더욱 성경공부에 집중하는지도 모르겠다. 선생님으로서 최대한 아이들의 질문에 답을 하며 함께 생각해봐야 하기에. 오늘도 조금은 긴장된 마음으로 그러나 그보다 더 큰 기대로 주말에 만날 아이들을 위해 수업을 준비하고 성경을 공부해 본다. 아이들과 나의 삶이 조금 더 풍성해지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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