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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헬로쿠쌤 Nov 17. 2023

결혼한 지 10년이 되어보니

어느덧 그와 함께한 지 10주년을 맞이합니다

얘들아, 이제 일어나야지!


여느 때처럼 아침은 분주하다. 아침의 찬 공기 때문인지 이불속에 꽁꽁 숨어 자고 있는 아이들을 깨우고 급히 아침식사를 준비하며 연신 시간을 확인하며 체크를 한다. 남편도 익숙한 듯 아이들 챙기는 것을 함께했다. 오후에 비소식이 있을 거라는 일기예보를 다시 확인 후 우산까지 들려보내며 아침 등원이 완료됐다. 한바탕 전쟁을 치르는 기분이 들 때도 있지만 어색하지 않은 날 중에 하루다.


한숨 돌리고 나니 책상 위에 놓인 작은 편지봉투가 눈에 들어온다.

맞다. 오늘은 그와 나의 결혼기념일, 그것도 결혼 10주년 기념일이다.



10년 전 그와 나의 결혼식 이야기


쌀쌀함이 무르익어가던 가을의 끝자락 어느 주말, 그와 나는 부부가 되었다. 교회누나와 동생으로 알고 지낸 시간이 7년, 그리고 2년이 넘는 교제기간까지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결국 커플이 된 우리. (더 자세한 교회누나와 동생의 연애스토리는 <그 멋진 교회오빠는 다 어디로 간 걸까?>를 참고하시길)


크리스천인 나에게 인생에서 하나님을 만난 것 다음으로 중요한 만남은 바로 배우자를 만나는 일이다. 그래서일까? 평소에 몹시도 기도가 부족한 나를 졸지에 기도하는 사람으로 만들어버리기도 했다. 종교를 떠나서도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리는 것은 일생일대의 큰 일이다. '인륜지대사'라는 말도 있지 아니한가.


이렇듯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부부가 된 것을 공식적으로 알리고 축하하며 축복받는 결혼식은 평생에 있어 기억에 남을 중요한 날임에 틀림없다.



웨딩 당일을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과 비용을 쏟았던가. 로망이었던 화려하고 새하얀 웨딩드레스를 고르고, 나를 돋보이게 해 줄 헤어와 메이크업을 준비하고, 멋진 문구를 고르고 골라 청첩장을 만들어 하객들을 초대하고.. 이러한 일련의 선택과 세세한 과정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돌아보면, 결혼식 그 당일을 위한 나름의 애씀이었고 그 하루가 지나면 크게 기억도 나지 않을 사소한 것들도 꽤 많은데 당시엔 선택장애까지 겪어가며 며칠을 고민하며 시간을 보냈었다. 결혼이란 두 사람만의 결합이 아닌 가족과 가족의 결합이기도 하기에 더욱 신경이 곤두서기도 했다.


이렇게 갖은 공을 들여 결혼식을 준비하며 기대했지만, 정작 당사자인 나는 긴장한 탓인지 정신없이 하루가 지나갔던 기억이다. 수많은 하객들, 낯선 이들의 축하, 매력적이긴 하지만 불편한 옷과 헤어 메이크업, 오늘부터 남편이라 불러도 되는 구남자 친구가 곁에 있다는 새로움 등 복합적인 감정과 새로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에 압도당하는 느낌이랄까? 달콤한 휴양지에서의 신혼여행 중에도 내가 결혼했다는 것이 어색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신혼여행지의 비현실적인 풍경과 럭셔리한 리조트에 빠져서라고 해두자.


허니문에서 돌아와서 양가에 인사를 드리고 시작된 본격적인 신혼생활은 마치 소꿉장난하는 느낌이 들었다. 살림도 제대로 할 줄 모르고 나 하나 건사하기 바쁜 도도한 아가씨였던 나는 그래도 새로운 내 집에서 남편과 함께 서서히 아주 서서히 적응해 나갔다.



지난 10년 간 그와 나, 그리고...


예전에는 결혼 10년쯤 되면 굉장히 많은 부분이 달라질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가 있었다. 10주년에는 꼭 근사한 곳으로 함께 해외여행을 갈 거라는 부푼 기대도 했다. 그러나 현실은 여전히 바쁘고 생각만큼 부자가 되지도 않았으며 어린아이를 데리고 가는 해외여행은 아직은 무리라는 판단이다. 그럼에도 한 남자와 알콩달콩 10년을 살아낸 나 자신을 칭찬한다. 결혼하지 않았으면 알지 못했을 것들을 통해 시야가 넓어지고 이해의 폭이 더 깊어졌으리라 믿는다. 나도 모르게 내 안의 꽁꽁 숨어있던 이기심도 결혼과 출산, 육아의 과정을 통해 다듬어지고 있음을 느낀다. 한마디로 결혼은 추천이다. 물론 좋은 사람과의 결혼을 말이다.


지난 10년 간 그와 나는 총 3번의 이사를 했고, 직업 특성상 수 차례의 이직을 했고, 두 명의 소중한 아이를 얻었으며 교회 양무리의 리더가 되었다. 10년이란 시간이 데려다준 지금의 상황이 놀랍기도 감사하기도 하다. 물론 중간중간 어려움도 있었지만 혼자가 아닌 함께라서 힘을 얻어 이겨내었던 것 같다. 처음엔 내가 그저 마냥 좋고 예뻤다는 수줍고 풋풋했던 그의 고백이 더 깊은 수준의 섬김과 사랑이 되어가고 있음을 잘 알고 있다. 바라기는 앞으로 매년 결혼기념일마다 그 사랑의 깊이와 넓이가 더해지길 그래서 우리 둘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과 가정을 살릴 수 있는 선한 영향력 있는 부부가 되길 진심으로 기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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