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만큼 우리나라 사람들이 아끼는 간편식이 또 어디 있을까? 배고플 때 급히 준비하거나 간단한 야식으로 즐겨 먹기도 좋은 데다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 때문에 더욱 사랑받고 있기도 하다.
그중에서도 '한강라면'은 라면계의 트렌드로서 굳건하게 자리매김하고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영화, 예능, 드라마 등 K-콘텐츠에서 본 한강 라면은 봉지라면을 기반으로 한다. 그래서인지편의점에서 컵라면보다 오히려 봉지라면 매출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강라면이란? 전기레인지와 정수기가 합쳐져 있는 라면조리기(즉석식품조리기)로 만든 라면. 전기라면으로도 불리지만 한강공원 편의점에서 유행하기 시작하여 한강라면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참고로, 물을 정량보다 더 넣어서 조절에 실패한 경우, 국물이 마치 한강물만큼이나 많다 하여 불리는 라면의 명칭이기도 하다.
출처: 나무위키
한강라면, 제가 한번 먹어 보았습니다.
TV에서 연예인들이 나와 맛있게 먹던 한강라면. 드디어 나도 먹어 보았다. 서울에 살면서도 따릉이를 타고 한강변을 달려본 것도, 강바람을 맞으며 한강라면을 맛본 것도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나의 따릉이 이야기는 '올해 벚꽃놀이는 따릉이와 함께'를 참고하시길)
한강공원에 위치한 한 편의점에 들어갔다. 외관은 여느 편의점과 별반 다름이 없었지만, 안으로 들어가니 한강라면의 명소답게 온갖 종류의 봉지라면들로 빽빽한 진열대는 보는 재미까지 선사했다. 라면 종주국 일본이 울고 갈 정도의 다양한 K-라면 컬렉션에 잠시 뿌듯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두근두근. 맵찔이에 최적화된 진라면 순한맛 한 봉지를 골라 들고 종이용기를 가지고 즉석라면조리기 앞에 섰다. 이게 뭐라고 긴장되는 순간이다. 한강라면이 처음인데 정말 맛있게 끓여질 수 있을까 하는 고민도 잠시, 라면의 종류별로 친절히 표기된 조리법대로 따라 하기만 하면 되는 시스템이었다. 물이 없는 라면도 조리가 가능해서 각자 기호에 맞는 고를 수도 있고 심지어 원한다면 라면에 계란도 넣을 수 있는 신박한 구조였다. 라면이 조리되는 약 3분 30초의 시간이 왜 이리 길게 느껴지던지, 그 사이 내 뒤로 줄이 많이 길어졌다. 익숙하면서도 훌륭한 라면 냄새가 슬슬 퍼지면서 드디어 조리 완성. 조심히 용기를 들고 편의점 김치까지 야무지게 챙겨서 테이블에 무사히 착석했다.
한강이 주는 마법?
강바람 때문일까? 아니면 그날 유독 맑은 하늘 때문일까? 아는 맛 라면이 평소보다 훨씬 맛있게 느껴지는 것은 단순히 기분 탓일까 아니면 한강이 주는 마법인 것일까? 이런 기분 좋은 상상을 하며 순식간에 지인들과 라면 한 그릇을 순삭 했다. 평소 그다지 즐겨 먹지 않았던 음식이었는데 이날은 특별했다. 여느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즐기는 한 끼와 비겨도 손색이 없을 만큼 유쾌한 기억이다. 단지 한강라면 하나를 먹기 위해 밤낮 할 것 없이 굳이 한강으로 달려오는 사람들의 마음도 십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배도 채웠으니 초여름 햇살 사이로 간간이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걷는 강변 산책로까지 오늘의 점심 코스,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을 듯하다.
따릉이 타고 한강에 와서 즐기는 즉석 라면 한 그릇. 이 어찌 아니 좋을 소냐!
이 잠깐의 즐거움을 위해 당분간 저염식과 고단백 식단으로 조금이라도 관리해 보리라 하는 아이러니한 다짐도 잊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