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락할 때마다 뭘 좀 배우느라 바쁘다는 나의 대답이 이어지자, L이 묻는다. 그러게나 말이다. L의 말처럼 대학원에 다니는 것도 아닌데 난 뭐 하느라 이리 바빴지 곰곰이 생각해본다. 2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팬데믹 상황에서 외출도, 여행도 자유롭지 못한 나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 덕분에(?) 입성하게 된 온라인 세상은 새롭고 낯설면서도 재미난 곳인 동시에, 배워야 할 내용이 많은 공간이었다. 적당히 즐기면 되는 sns에 무슨 배움이 필요하냐고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더 제대로 즐겨보고 이용해보자 하는 마음이 커질수록 따라가야 할 내용이 참 많이 보이기 시작했다. 뭐 하나 시작하면 차근차근 배워보는 걸 좋아하는 내 성격 탓도 있다.
아이보다 엄마의 사교육비가 늘어버린 집
바로 우리 집 이야기다. 7세와 5세 아이를 기르고 있다. 아직 미취학 아동들이라 본격적인 학습의 시기는 아니지만 주변을 보면 영어, 피아노, 한자, 태권도 등 사교육에 이미 발을 들인 아이들이 부지기수다. 큰 아이의 경우 태권도에 다니고 있지만 본인이 원할 때만 가게 한다. 아직은 강압적이지 않은 마음 편한 엄마 노릇을 하고 있다. 내년에 초등학교 입학을 준비하며 미리 선행을 시키고, 마음이 분주한 엄마들이 주변에 많지만 이상하게 나는 아직 느긋하다. 그렇다고 무척 확고한 교육철학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내 스타일인가 보다.
사실 그것보다 나의 사교육에 바빠서라고 하는 게 더 솔직하겠다.아이들 사교육에 들어가는 비용보다 내가 각종 강의를 들으며 지출한 돈이 더 많은 달이 종종 있으니까.
이제 와서 뭘 그리 배우느냐 물으신다면...
평생 배움의 시대다. 새로운 기술이나 학문을 학교에서만 배워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깨진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불과 몇 년 전까지도 새로운 공부를 시작하려면 대학원에 가는 방법만을 떠올리곤 했다. 그러나 사회는 무서우리만큼 놀라운 속도로 변하고 있다. 내가 사회생활을 시작할 때만 해도 괜찮은 학벌이나 전공이 향후 수십 년간의 삶을 윤택하게 해 주리라고 믿는 사람이 많았다. 그래서 그렇게 사교육에 목을 매었었나 싶기도 하다. 그런데 왜 아직도 그런 풍조는 바뀌지 않는지 모르지만.
코로나 시대에 본격적으로 입성하게 된 온라인 세상은 생각보다 다이내믹했고 따라가야 할 일들이 많았다. 겨우 블로그에 일기 형식으로 포스팅을 해오던 나는 검색되는 블로그, 블로그 알고리즘 등에 대해 알게 되었고 거기서 더 나아가 블로그, 인스타그램 관련 강의를 들었다. 주변에서는 왜 또 즐기지 못하며 학문으로 접근하느냐 했지만, 나에겐 그것이 온라인 생활을 즐기는 한 가지 방법이었다.
블로그와 인스타그램을 하니 이미지와 썸네일 예쁘게 만드는 것에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그래서 캔바, 미리캔버스 등의 디자인 툴을 다루는 법을 배웠다. 이미지를 잘 포장하는 법을 배우니 이제 동영상이다. 키네마스터와 모바비 프로그램을 익혀서 어렵지 않게 편집하는 법을 알게 되었고 개인 영어 유튜브 채널을 만들었다. 원래 하던 일 즉 나의 본캐인 영어를 사용해서 유튜브를 운영하게 된 것이다. 그러다가 온라인 영어 스터디 운영과 영어 관련 전자책까지 등록하게 되었다. 이렇게 브런치에 글을 쓰게 된 것도 이 연장선상이다.
지루하게 과정을 나열했지만 처음부터 계획했다기보다 관련한 일들이 점점 이어져서 확장이 되어나갔다. 참고로 중간중간 특강도 참 많이 들었다. 사진 잘 찍는 법, 강의 잘하는 법, zoom 사용법, 각종 다양한 주제의 북 토크 참여 등등. 이런 강의는 주로 아이들이 자는 밤 9시 이후에 진행되었으므로 야학(?)에 다니는 느낌으로 매일 밤 노트북 앞에 앉곤 했다. 영문을 모르는 남편은 밤마다 뭔가에 몰입하여 배우는 진지한 내 모습에 당황하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물론 지금은 나의 온라인에서의 성장과정과 긍정적 변화를 잘 알고 있어서 지금은 가장 든든한 지원군이 되었다.
삶이 대단히 크게 바뀐 것은 아니지만
sns를 꾸준히 배우며 익히니새로운 것에 좀 빨리 적응하며 유연하게 되는 것은 확실하다. 어차피 또 새로운 플랫폼은 나와서 또 배워야겠지만 스트레스가 아닌 즐거움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자세는 되어있는 것 같다.
아무튼 이렇게 1년넘게 sns영역 확장을 해오니 뿌듯하다. 여기서 중요한 점 한 가지. 그렇다고 삶이 대단히 크게 바뀌지는 않았다. 이 강의만 들으면, 내가 전자책을 내면, 내가 유튜브를 시작하면 뭔가 크게 달라질 것이라 기대하는 부분이 있었음을 고백한다. 그러나 그것도 대다수의 경우 자기만족이더라. 물론 성취하고 인정받는 것 또한 중요한 일이고 삶의 원동력이 될 수는 있으나 그 자체가 목표가 되어서는 굉장히 일상이 피곤해진다.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니 참고만 하시라
앞으로도 엄마 사교육은 할 것이지만
sns를 통해 서로 응원을 나누며 때로는 자극제가 되는 온라인 네트워크가 생겼다. (이에 대해서는 '코로나 시대, 인간관계가 더 넓어져 버렸다'를 참조하시길) 얼굴 한번 보지 못한 사람들이 태반이지만 자기 계발과 서로의 성장에 관심이 많은 느슨한 연대이자 든든한 지원군을 얻은 기분이다. sns 상의 헬로쿠쌤과 본캐인 아이들 엄마가 충돌할 때가 종종 있다. 내가 더 많이 배우고 성취하고 싶은 욕구가 불쑥불쑥 고개를 드는 순간도 있음을 고백한다. 둘 다 나쁜 것은 아니나 우리의 시간과 에너지는 애석하게도 한정적임에 우선순위를 잘 정해야만 한다. 개인의 성취와 아이들을 잘 돌보고 싶은 마음. 한마디로 욕심 많은 나는 앞으로도 나를 위한 사교육은 포기하지 않을 것 같다. 대한민국에 사는 이상, 교육철학이 매우 확고하지 않은 이상, 조만간 아이들 사교육비에 더 투자를 많이 하게 되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