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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긴스 Jan 28. 2022

연인

11. 편지





어쩌면 너는

나를 사랑한 게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

너의 감정과 정서를 이해하는 나를 만나 기쁜  마음이

너를 사랑하는 내 마음과 만나

너는 그걸 사랑이라고 착각했을지도.

왜냐하면 나는 사랑을 무모함이라고 생각했으니까.

세상에 너 밖에 보이지 않던 순간들이 있었고

다른 건 모두 버릴 수 있는 무모함만이 사랑이라고 믿었어. 그런 내가 너를 이해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어.


나는 사실 아직도 잘 모르겠어.

왜 누군가에게 전부가 되면 안 되는지를.

내 인생의 중심은 내가 되어야 하고

나 자신이 먼저여야 다음도 있다는 걸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아직도 내게 사랑은 무모함이야.


언제나 그랬어

널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어.

심하게 다퉜을 때도 힘들어 그만두고 싶었을 때조차도

나는 너를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어.

맛있는 걸 먹고 멋진 풍경을 보면 늘 네가 먼저 떠올랐고 나의 기쁨과 슬픔 모든 순간에 항상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너였어.

내 세상은 너였어.


요즘 나는 겨울 어느 길 한복판에 서서

온몸으로 바람을 맞고 서 있는 것 같아.

그 바람이 구멍 난 내 몸을 관통하는 듯

그렇게 춥고 외롭고 쓸쓸해.


너와의 추억으로 살아가기도 하고

가끔은 그 추억이 너무 버겁기도 하지.

내 사랑의 시작과 끝은 너라고

내 마지막까지 그럴 거라 말하면

너는 늘 그랬듯 사람 일은 모르는 거라 말하겠지.

아마도 너는 나와 평생을 함께하겠다거나

그런 약속은 절대 하지 않을 거야.

하지만 나는 아직도 기다리고 있어.


인생이란 게 생각보다 그렇게 길지가 않다는 걸

요즘은 정말로 그렇게 느껴.

죽으면 한 줌의 가루로 뿌려질 뿐이고

그때에 난 이 세상에 그 무엇으로도 존재하지 않는 거야. 내가 가진 모든 것들 생각과 상황과 감정

이 모든 것들이 아무런 의미가 없어.

살아있지 않으면.

내가 가장 많이 웃고 행복했던 시간들에는 항상 네가 있어.

그 시간들을 조금이라도 더 가지고 느낄 거야.

살아있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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