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너는
나를 사랑한 게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
너의 감정과 정서를 이해하는 나를 만나 기쁜 네 마음이
너를 사랑하는 내 마음과 만나
너는 그걸 사랑이라고 착각했을지도.
왜냐하면 나는 사랑을 무모함이라고 생각했으니까.
세상에 너 밖에 보이지 않던 순간들이 있었고
다른 건 모두 버릴 수 있는 무모함만이 사랑이라고 믿었어. 그런 내가 너를 이해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어.
나는 사실 아직도 잘 모르겠어.
왜 누군가에게 전부가 되면 안 되는지를.
내 인생의 중심은 내가 되어야 하고
나 자신이 먼저여야 다음도 있다는 걸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아직도 내게 사랑은 무모함이야.
언제나 그랬어
널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어.
심하게 다퉜을 때도 힘들어 그만두고 싶었을 때조차도
나는 너를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어.
맛있는 걸 먹고 멋진 풍경을 보면 늘 네가 먼저 떠올랐고 나의 기쁨과 슬픔 모든 순간에 항상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너였어.
내 세상은 너였어.
요즘 나는 겨울 어느 길 한복판에 서서
온몸으로 바람을 맞고 서 있는 것 같아.
그 바람이 구멍 난 내 몸을 관통하는 듯
그렇게 춥고 외롭고 쓸쓸해.
너와의 추억으로 살아가기도 하고
가끔은 그 추억이 너무 버겁기도 하지.
내 사랑의 시작과 끝은 너라고
내 마지막까지 그럴 거라 말하면
너는 늘 그랬듯 사람 일은 모르는 거라 말하겠지.
아마도 너는 나와 평생을 함께하겠다거나
그런 약속은 절대 하지 않을 거야.
하지만 나는 아직도 기다리고 있어.
인생이란 게 생각보다 그렇게 길지가 않다는 걸
요즘은 정말로 그렇게 느껴.
죽으면 한 줌의 가루로 뿌려질 뿐이고
그때에 난 이 세상에 그 무엇으로도 존재하지 않는 거야. 내가 가진 모든 것들 생각과 상황과 감정
이 모든 것들이 아무런 의미가 없어.
살아있지 않으면.
내가 가장 많이 웃고 행복했던 시간들에는 항상 네가 있어.
그 시간들을 조금이라도 더 가지고 느낄 거야.
살아있을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