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1): 크리스마스

우리 모두 크리스마스 미사를 드리고 있다

by 이다이구

크리스마스에 그런 생각을 했다. 우리 모두 크리스마스 미사를 드리고 있다고.


오늘은 크리스마스이다. 거리엔 커플 목도리를 맨 연인들이, 카페 안에는 가족들이 모여 저마다 사랑하는 사람과 시간을 보낸다. 거리엔 당연히 보이지 않을 방 안에서 홀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공부 때문에, 일 때문에, 인간관계 때문에, 저마다의 이유 때문에 말이다. 하지만 그들도 온전히 홀로 남겨진 것은 아니다. 그들 중 대부분은 가족, 친구, 그 외 지인들과 간단하더라도 안부를 공유할 것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크리스마스가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것은 그러하든 그러하지 않든 모든 사람이 사랑하는 사람과 사랑을 나누길 소망한다는 것에 있다.


크리스마스. 메시아 ¹ 를 뜻하는 Christ와 미사 ² 를 뜻하는 Missa가 합쳐진 말로 번역하자면 "메시아를 기리는 미사" 정도일 것이다. 12월 25일이 아닌 12월 25일에 드리는 미사가 바로 크리스마스인 셈이다.


일부 개신교와 가톨릭 교회에서는 이러한 이유로 아쉬움을 표하기도 한다. 크리스마스에 메시아로 태어난 예수를 기념하지 않고 그저 노는 날로 생각한다고 말이다. 크리스마스 미사를 드리지 않으면서 크리스마스를 보낸다고 말이다. 하지만 나는 오히려 지금 내 눈에 보이는 크리스마스 모습에 교회가 가장 먼저 기뻐하고 심지어 감탄까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피타고라스는 수학자이자 신비주의자였다. 버트런트 러셀은 그가 종교를 창시했다고 표현한다 ³. 그 표현이 정확한지는 잘 모르겠지만 피타고라스 학파는 분명히 신비주의적 종교성이 짙었다. 콩을 먹는 것은 죄라고 하는 그들만의 특이한 교리도—나는 이러한 교리가 탄생한 이유가 피타고라스에게 콩 알레르기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지레짐작하고 있다—가지고 있었다. 그의 제자들은 피타고라스를 아폴론이라고 믿기도 했다.


하지만 피타고라스가 아폴론이었다고 믿는 현대인은 별로 없을 것이다—이는 고대인에게도 마찬가지이긴 하다. 나는 태양의 신인 아폴론이 콩밭을 건너가기 싫어서 추격자에게 붙잡혀 생을 마감했으리라곤⁴ 도저히 상상할 수 없기에 대부분의 사람과 마찬가지로 그가 아폴론이었으리라 믿지 않는다.


하지만 이러한 점이 내가 피타고라스 정리를 사용하는 데에는 아무런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 우리 중 그 누구도 "나는 콩을 먹기 때문에 피타고라스 정리를 사용할 수 없어"라고 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예수를 메시아로 믿느냐와 그의 가르침을 따르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다. 산상수훈⁵에 나타난 그의 가르침은 오묘하면서 지고한 도덕성을 품고 있다. 그의 가르침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⁶이다. 그리고 우리가 1년 중 그의 가르침을 가장 잘 따르는 날이 다름 아닌 그가 태어난 크리스마스가 아닌가.


제논, 에픽테토스, 아우렐리우스, 세네카에 대한 지식과 별개로 스토아학파의 가르침을 따르고 실천하면 소토가 철학자이다. 가까운 사람에게 마음을 담은 선물을 보내고, 안부를 묻고, 시간을 함께 보내고, 무엇보다 사랑을 소망하는 이들을 크리스천이 아닌 다른 어떤 단어로 정의 내릴 수 있는가⁷.


연대인의대다수가 예수에 대한 깊은 고찰 없이 이러한 행동을 하는 것은 말 그대로 크리스마스의 기적이다. 그러니 교회는 안타까워할 것이 아니라 1년 중 하루라도 전 세계인이 크리스천이 되는 이 기적에 감탄을 해야 마땅하지 않을까. 그들이 강조하듯 예배는 교회에서가 아닌 삶에서 드리는 것이지 않은가⁸.


그런 의미에서 우리 모두 크리스마스 미사를 드리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해보았다.




1. 히브리어로 "기름 부음을 받은 자". 라틴어로 "Christus". 아브라함 계통 종교에서 인류를 (혹은 이스라엘을) 구원할 구원자를 의미.

2. 가톨릭 교회에서 드리는 성찬례를 의미.

3. 『러셀 서양철학사』버트런트 러셀

4. 『유명한 철학자들의 생애와 사상』디오게네스 라에르티오스

5. [ 마태복음 5-7장] 예수가 어느 산 위에서 제자들과 무리에게 전한 설교로 예수의 가장 유명한 설교 중 하나이다.

6. 마태복음 22장 39절. 레위기 19장 18절.

7. 요한복음 15장 14절. "너희가 나의 명하는 대로 행하면 곧 나의 친구라"

8. 히브리서 13장 1, 16절, "형제 사랑하기를 계속하고, " "오직 선을 행함과 서로 나누어 주기를 잊지 말라 하나님은 이 같은 제사를 기뻐하시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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