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목표는 세우는 것이 아니라 점검하는 것이다
새해에 그런 생각을 했다. 새해 목표는 세우는 것이 아니라 점검하는 것이라고.
개인적으로 다사다난했던 2025년이 지나고 2026년이 되었다. 올해의 목표를 세우기 전, 작년의 새해 목표 달성도가 어떠했는지 평가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달성한 것도 있었고, 그렇지 못한 것들도 있었다. 달성하지 못한 것들에 대해 분석해 보니, 목표를 이루기 위해 나름 열심히 노력했으나 결국 실패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아쉬운 마음은 별로 들지 않았다. 최선을 다했으나 이루지 못한 것들은 내 손을 벗어난 문제이기 때문이다.
잘못이라면 내가 그 목표들을 과소평가했다는 것이다. 어쩌면 더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는 목표들이었던 것 같다. 그리하여 작년의 미달성 목표들은 올해로 이월하기로 했다.
이월된 목표들을 새 다이어리에 적어 놓고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그곳에 실패한 목표는 없었다. 체크박스에 체크는 되어 있지 않지만, 목표에 근접했거나 유의미한 성장이 있었다. 실패가 아닌 과정이었다. 예를 들어 ‘몸무게 78kg 달성’이라는 목표가 있었다. 고등학생 시절 48kg이었던 때부터 꾸준히 몸무게를 늘려 왔고, 내 기억이 맞다면 2025년 1월의 몸무게는 68~69kg이었다. 지금은 75kg이다. 3kg 미달이지만, 분명 2025년 1월보다는 몸무게가 늘어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 몸무게를 늘리기 위해 꾸준히 운동했다는 사실을 나 자신이 알고 있다는 점이다.
고등학생 때는 내가 80kg이 되는 것이 너무나 먼 미래의 일 같았고, 어쩌면 영원히 도달할 수 없는 목표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목표를 80kg으로 잡았고, 매년 조금씩 늘려 나갔다. 1년 목표치에 도달했던 적은 거의 없다. 하지만 어느새 80kg까지 단 5kg만을 남겨 두고 있다. 물론 당분간은 체지방을 좀 더 줄인 뒤 근육량을 중심으로 몸무게를 늘릴 계획이라 생각만큼 금방 목표치에 도달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이제는 전혀 불가능한 수치는 아니다.
1년 목표치만 놓고 보자면 매년 실패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목표를 향해 성공적으로 진전 중이다.
몸무게라는, 어떻게 보면 참 소소한 예시를 들었지만 이는 다른 부분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새해에는 모두가 1년을 기준으로 목표를 세운다. 하지만 시간이라는 것은 지극히 인간이 만들어 낸 개념이라는 사실을 늘상 상기해야 한다. 이 사실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면, 1년이라는 기간에 집착할 필요는 없어진다. 1년 안에 이루어야 할 목표를 세우기보다는 지금까지 해낸 진척도를 확인하고 스스로 피드백하는 시간이 더욱 바람직하다.
에픽테토스는 “먼저 당신이 무엇이 되고 싶은지 스스로에게 말하라. 그러고 나서 그에 따라 당신이 해야 할 일을 하라.” ¹ 라고 조언한다. 이 해방 노예 출신 스토아 철학자는 목표에 대해 근본적이면서도 실용적인 통찰을 제공한다.
모든 계획과 목표에 앞서, 가장 먼저 자신이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알아야 한다. 여기서 ‘어떤 사람’이란 1년 뒤의 ‘나’를 의미하지 않는다. 자신의 최종적 모습이라고 생각하는 편이 더 적절하다. 이는 근본적 목표가 되어 인생의 전체적인 방향성을 만들어 낸다. 그리고 근본적 목표에는 자연스럽게 조건들이 따라붙는다. 이를 2차적 목표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성공적인 사업가가 되는 것이—예시를 위해 매우 단순화한 근본적 목표이지만—근본적 목표라면, 당연히 본인의 회사를 차려야 할 것이다. 이것은 필수 조건이며, 하나의 2차 목표가 된다. 그리고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3차 목표가 생길 것이고, 이러한 구조는 필요한 만큼 반복될 것이다.
이러한 메커니즘이 에픽테토스가 말한 가장 이상적인 목표 설정 방식이다.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가장 이상적인 인생의 방향성이다. 이런 구조 안에서 매년 완전히 새로운 목표를 설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그것은 애초에 근본적 목표가 명확하지 않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또한 매년 목표 달성 여부만으로 스스로를 질책하거나 자축하는 행위 역시 큰 의미를 갖기 어렵다.
새해에 진정으로 가치 있고 의미 있는 행위는 자신의 진척도를 확인하는 일이다. 자신이 근본적 목표에 얼마나 가까워지고 있는지, 혹은 멀어지고 있는지를 점검하는 것이다.
새해에는 목표를 세우는 것이 아니라 점검해야 한다. 그런 생각을 해 보았다.
1. 디아트리바이 3권, 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