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의 리듬살이 : 부활절 리듬 (1)
4월 : 부활절 리듬을 준비하는 일에 대하여
발도르프 어린이집을 선택하고 올 한 해는 일 년의 리듬을 살아내는 둥구나무 어린이집의 일정에 흠뻑 젖어 살아보기로 했다.
조금은 어색하지만 마음을 열고 새 눈으로, 느긋한 발걸음으로, 따라가다 보면 즐거운 발견이 이어진다.
어린이집의 일 년간의 리듬 생활 중 등원 후 가장 먼저 경험하게 되는 것은 부활절 리듬이다. 환영회 이후 엄마들과 첫 모임에서 부활절 리듬에 쓰이는 지끈 바구니를 만들었다.
열명쯤 되는 엄마들이 둘러앉아 흡사 조선시대 짚신을 꼬는 장인들처럼 고심하며 지끈을 엮어 바구니를 만들었다. 아직은 낯선 이들과 어색한 작업을 함께 하다 보니 묘하게 동지 의식이 싹트며 서로를 응원하게 되었다. 이런 기회가 아니었다면 아마도 평생 경험해보지 못했을 일이지만 생각보다 재미있다는 것은 의외의 수확이다. (진심 재미있어서 나중에 혼자 하나 더 만듦…)
아이들이 내가 만든 바구니 가방을 메고 숲으로 가서 부활절 계란을 찾아 고이고이 담아 오면 집에서 며칠간 사랑으로 알을 돌보아 부화시킨다(고 한다). 그래서 바구니를 만들고 그다음 주에는 그때 필요한 병아리! 를 만드는 작업이 이어졌다. 모두 같은 양모솜 재료로 병아리를 만들지만 각 엄마들의 성향과 손놀림에 따라 기가 막히게 아이를 닮은 병아리들이 하나 둘 만들어졌다. 부활절 리듬 전까지는 만들어둔 병아리를 고이고이 숨겨두어야 하니 나도 아이가 열어보지 못할 상자에 살짝 담아두었다.
마지막으로 부활절 리듬에 필요한 계란은 부활절 팀이 준비한다. 둥구에서는 일 년간 거의 매 달 있는 여러 행사를 준비하기 위해 미리 행사별 팀을 나눈다. 나는 부활절 팀은 아니었지만 달걀 숨기는 것이 궁금해 부활절 팀에 깍두기로 참여해 보았다. 매 해 진행되는 리듬 활동이지만 그때그때 준비하는 엄마들의 역량에 따라 결과물은 달라지는 듯하다.
올해 부활절팀에서는 계란을 염색하고, 염색한 계란을 한지로 포장하고, 포장지에는 아이들의 상징을 그려두는 계획을 세웠다(고 들었다).
그러나 그 작업이 얼마나 예쁜 것 위에 또 예쁜 것을 감싸는, 뭐랄까… 아름다움을 폭발! 시키는 작업인 줄은 미처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