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사
기존에 살던 집은 독립하면서 마련한 집인데 살림이 늘면서 좁게 느껴졌다. 그래서 이사를 계획 중이다. 지역은 친정 근처이다. 아내와 연애할 때부터 자주 갔던 곳이라 익숙해서 좋다. 요즘 쉬는 날마다 그쪽 지역으로 임장을 다녀온다. 빌라부터 아파트까지 온갖 집을 보는데 새삼 대한민국 집값에 정신이 아찔하다. 다른 국가들에 비하면 합리적이다고는 하지만(소위 선진국 반열에 오른 국가들과 비교할 때), 막상 마주하니 갑갑한 심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당한 가격에 적당한 구조에 적당한 환경에서 발 뻗고 잘 수 있는 곳을 열심히 찾고 있다. 목표는 11월 안에 이동하는 것이다.
2. 이직
위와 같은 이유로 다니던 학원에서 다른 학원으로 이직했다. 집보다 직장을 먼저 구한 셈이다. 이사하면 기존 학원까지 거리가 너무 멀어서 이직이 불가피했다. 이직한 곳은 중등-고등1학년을 메인으로 하는 영어 입시 학원이다. 급여며 근무 일수며 나쁘지 않았다. 시범 강의 후, 다음 날 바로 함께하고 싶다고 연락이 왔다. 무얼 하든 벌어먹고사는 것이 가장 골치인데 해결되어서 마음이 놓였다.
원래 똑같이 고등 1-3학년을 가르치는 학원으로 갈까 했으나 저학년으로 튼 이유가, '아내와 나를 위한 삶이 없어서'였다. 처음에는 고1 위주로 가르치다가 2학년, 3학년이 중심이 되니 이게 맞나 싶을 만큼 노동 투입률이 비약적으로 상승했다. 눈뜨고 잘 때까지 아내와 얼굴을 마주 보며 대화하는 시간이 2시간도 안 될 정도였으니. 난 돈도 중요하지만 사랑하는 아내도 중요하다. 그걸 잠시 내려놓고 나를 갈아 넣었지만, 더 해주면 고맙다고 해도 모자를 판국에 되려 성을 내며 예민 떠는 학부모와 말 같지도 않은 이유로 히스테리를 부리는 고3 나으리 아씨들과 아무 이유 없이 퇴원하는 그것들을 보니. '아 이것들을 위해 나와 가족을 희생하면 안 되겠구나.' 싶었다.
물론 좋은 학생과 학부모도 많았지만, 그 반대편에 있는 것들도 꽤나 많았기에 회의감이 짙었던 듯하다. 옮긴 학원에서 이 점을 말했더니 십분 이해한다고 관계자들이 말했다. 그래서 자기네는 그런 잡음 낼 것 같은 학부모와 학생은 애초에 받질 않는다고 설명을 해주었다. 대화를 나누어 보니 그들도 나와 같은 일에 진저리가 난 사람들이었고, 그런 그들이 학원을 차려서 열심히 운영하고 있다. 앞으로의 수업이 기대된다.
3. 웹소설
뜬금없이 웹소설이 쓰고 싶었다. 처음에는 '왜 이딴 글을 돈 주고 읽지'라는 오만방자한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우연히 접한 어느 판타지 소설을 읽고 '왜 이런 글을 이제야 발견했지'라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그렇게 잘 쓴 웹소설을 한 두 편 잡아서 읽어보았다. 속도감이 끝내주고, 문체가 꽤나 진지하며, 세계관이 무한히 확장되었다. 어느덧 '나도 써 볼까'하고 마음이 꿈뜰거렸다. 그래서 썼다.
일 끝나고 시간이 날 때마다 틈틈이 썼다. 총 27화이다. 200화 300화씩 쓰는 작가들에 비하면 웹소설 썼다고 말하기 민망한 수준이다. 그러나 아무것도 안 하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기에 도전했다. 태어나서 처음 써 보는 소설이다.
영화 '존윅'을 보고 감명을 받아서 쓴 킬러 액션물이다. 킬러물하면 액션이다. 그 액션을 활자로 풀어내기 위해 고생을 좀 했다. 존윅뿐만 아니라 온갖 액션 영화를 반복해서 보면서 액션신을 제대로 그려보려고 노력했다. 다만 액션과 그로 인한 잔인함 수위가 제법 되니, 비위가 강한 분들만 시간 될 때 읽어주시면 진심으로 정말로 감사하겠다. 그럼 또 웹소설을 쓸 것인가. 확답은 못하겠지만 현재 구상은 하고 있다. 역시 킬러물이다. 사실 웹소설도 좋지만 기회가 되면 구병모 작가님의 파과처럼 책으로 내보고 싶다. 상상만으로도 신나는 생각이다.
일기예보를 보니 곧 첫눈이 내린다고 한다. 가을은 이제 존재하지 않는 계절인 것 같다. 나는 아직 더위를 타는데 갑자기 찬바람이라니. 날씨가 괴랄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