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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두맑음 Mar 28. 2023

엄마니까, 엄마라서.

언니의 항암약 복용 3개월 정밀검사 결과

지난달 CTS 기독교 방송 '콜링갓'이라는 프로그램에 친정엄마가 출연하셨다. 물론 전화를 걸어 기도를 요청하는 프로그램인 만큼 목소리 출연이다.


전화 연결이 하늘의 별 따기만큼이나 어렵다는데, 딱 한 번 걸어본 전화가 연결된 것은 거의 기적이라고, 2년째 꾸준히 전화 연결을 시도하고 계신 친구 집사님이 그러셨단다. 연결될 것을 미리 알고 대본이나 멘트를 준비하지는 않으셨을 테고, 생방이라 엄청 떨리셨을 텐데, 어떻게 말씀하셨을지 무척 궁금했다.


며칠 뒤 저녁을 먹는데, 엄마 친구 집사님께서 그날의 영상이 유튜브에 올라왔다며 링크를 보내주셨다.


“얘들아! 할머니 목소리 나올 거야. 같이 들어보자.”


설렘과 떨림을 안고 영상을 클릭했다. 7분 무렵, 두 번째 사연자로 친정엄마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목사님.. 안녕하세요. 00에 사는 000 집사입니다.”


엄마는 첫마디부터 울고 있었다. 덩달아 코끝이 시큰해졌다.


“집사님 반갑습니다. 우리 집사님은 어떤 기도 제목이 있으셔서 전화를 주셨나요?”


“네.. 목사님.. 저희 큰딸이 48세인데, 유방암 4기 진단을 받았어요. 뼈까지 전이가 돼서 수술은 안되고 항암약으로만 치료해야 된다는데, 아직 아이들이 어립니다. 초3, 초1이에요.”


“아이고, 저런.. 아직 젊은 딸인데.. 집사님 기도하면 다 치유됩니다. 우리 하나님이 깨끗하게 치료해 주실 거예요. 힘내세요. 집사님!”


엄마와 목사님은 여러가지 말씀을 더 주고받으셨고, 전화를 끊기 직전 목사님이 큰소리로 중보 기도를 해주셨다.


지금까지 살면서 그렇게 절박하고 절절한 “아멘”은 처음이다. 영상 밖으로 흘러나온 엄마의 눈물이 식탁을 적셨다. 할머니의 우는 목소리를 처음 들은 아이들은 당혹해하며 반찬과 밥그릇에 불안한 시선을 고정했다. 더 이상 슬픔이 우리 식탁을 적시지 못하도록 서둘러 영상을 중지했다.


“와, 우리 엄마 역시 무대 체질이시네. 피아노도 그렇게 잘 치시더니, 목소리 출연은 정말 식은 죽 먹기 셨어. 아니 대본 없이 어찌 저리 말씀을 잘하시지?”


“그러게? 장모님 진짜 말씀 잘하셨다. 갑자기 전화 연결되면 우리도 저렇게 못할걸?"


눈치 빠른 신랑이 쿵짝을 맞춰주었다.


그날 밤, 언니에게 이 영상을 보낼까 말까 망설이다가 그래도 엄마의 진심을 전해주는 게 맞을 것 같아 카톡으로 링크를 보내주었다.


“언니! 잠자기 전에 누워서 조용히 혼자 들어봐. 언니를 향한 엄마의 사랑이다, 언니.”


“으응, 알았어.”


다음날 저녁, 언니가 엄마네 집에 찾아왔다. 들어서자마자 친정 엄마를 꼭 끌어안고 언니가 말했다.


“그저.. 아픈 딸 어떻게든 살려보시겠다고.. 에고.. 엄마.. 꼭, 이겨낼게.. 내가 더 잘할게요. 훌훌 털고 일어날게. 엄마.. 고마워요.. 흑흑..”


새벽 기도는 기본이고, 때때로 기도원으로 달려가 2박 3일 금식 기도를 하고 오시는 엄마. 든든히 드시면서 기도하시면 좋으련만, 금식을 해야 마음이 놓이신다는 엄마. 헤아릴 수 없는 엄마의 깊고 넓은 품이여, 감히 짐작할 수 없는 슬픔과 아픔이리라.


“나는 가진 돈이 없어서 물질적으로는 아무 도움도 못 주니까, 기도밖에 할 게 없구나. 엄마는 지금처럼 기도로 도울게.”


한 번도 큰돈을 가져보지 못한 엄마는 물질로 도울 수 없음이 늘 미안한 모양이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가장 귀한 것을 주고 계시면서 말이다. 친정엄마의 믿음은 그런 거겠지. 어미의 간절한 기도는 땅에 떨어지지 않는다는 믿음. 보이지 않는 것의 위대한 힘과 기적이 있다는 믿음. 이 세상 그 누구보다 딸을 사랑하는 엄마니까, 엄마라서. 엄마니까, 엄마라서..


오늘도 친정엄마는 눈물로 새벽을 열고, 눈물로 하늘을 적신다. 부디 어미의 눈물과 한숨 섞인 기도가 헛되지 않길, 하늘에 닿길, 간절히 바라고 바라며..



오랜만에 인사드려요. 떨리는 마음과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렸던, 언니의 항암약 복용 3개월 정밀검사 결과가 나왔기에 공유합니다.

우선, 왼쪽 가슴 원발암과 왼쪽 겨드랑이 림프의 암 사이즈가 많이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요추, 흉추 뼈의 암은 큰 변화 없고, 다른 장기로의 전이 소견은 없었습니다. 암이 줄어들고 있는 걸로 봐서 키스칼리 항암약이 잘 듣고 있는 거라고 주치의 선생님이 말씀하셨다고 하네요. 얼마나 희망적이고 감사한 결과인지 모르겠습니다.

3개월 검사에서 안 좋은 소식을 들으면 언니 마음이 무너질까 봐, 제발 나빠지지 않았기를, 좋아졌기를 간절히 기도했는데요, 얼마 전 언니가 왼쪽 가슴에 만져지던 단단하던 암덩이가 말랑말랑해졌다는 이야기를 전해줬어요. 그래서 오늘의 결과가 더욱 기다려졌나 봅니다.

언니의 유방암 4기 진단 이후, 이 모양 저 모양으로 일렁거렸던 소란한 마음 가라앉히고 안정을 찾은 이후로 평화가 찾아왔어요. 지금은 모두 한마음 한뜻으로 긍정 응원을 보내며 조금은 거리를 두고 있습니다.

언니는 항암약을 먹기 직전 건강한 피를 뽑아 "이문셀 치료"를 시작하여, 지금 4차를 앞두고 있습니다. 고주파 치료와, 산소치료 등 요양병원에서의 보조치료도 적극적으로 받고 있고요, 열심히 공부해서 설계한 영양제들을 목숨처럼 챙기며 건강식으로 잘 먹고 있어요. 아직은 항암 부작용과 통증이 없기 때문에 맨발 걷기와 적당한 운동, 일광욕, 반신욕 등도 부지런히 하고 있습니다.

거의 매일 언니와 카톡을 주고받고 통화를 하는데요, 언니가 혹여 어두운 생각에 매몰될까 봐 웃긴 영상을 보내고 본 내용을 함께 나누고도 합니다. 때때로 맛있는 식사를 함께 하며 즐겁고 행복한 수다, 오늘 우리에게 주어진 현재에 감사하며, 반드시 나을 거라는 확신과 희망의 말들을 합니다.

제가 하는 것이라고는 그저 옆에서 "으쌰으쌰"해주는 일뿐인데요, 죽을 때까지 언니 곁에서 딸랑딸랑 성실한 기쁨조가 되는 것이 제 소원입니다. 언니 손 꼭 잡고 오래오래 함께하고 싶어요.

살얼음판 같았던 3개월 잘 보냈으니, 또다시 3개월, 3개월, 긍정의 마음으로 내딛다 보면 반드시 긴 터널을 빠져나갈 날이, 진정한 봄날이 오리라 믿습니다. 기도해 주시고 응원해 주신 작가님들께 진심으로 깊이 감사드립니다.

치유에 있어 정말 중요한 건, 환자 본인의 꺾이지 않는 마음과 의지 같아요. 작가님들도 늘 건강하시고 항상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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