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모두맑음 Apr 17. 2023

언니의 자리

겨드랑이 멍울과 통증

언니의 자리

얼마 전 언니가 왼쪽 겨드랑이에서 전에없던 멍울이 만져지고 팔을 들어 올리기도 힘들 만큼 아프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혹시 왼쪽 겨드랑이 림프로 전이된 곳에 암덩이가 커진 것은 아닌지 불안해했어요. 곧바로 인근 산부인과에 초음파 검사 예약을 잡고 함께 가서 진료를 봤는데요, 다행히 '부유방'이라고 합니다. 휴…


항암제 때문에 면역력 떨어지고 림프 순환이 잘 안돼서 그런 것 같다고 하시면서, 그래도 타 장기로 전이되지 않고 뼈 전이라 열심히 하면 치료 예후 좋으니 힘내시라고 용기를 주셨나 봐요. '부유방'이라 천만다행이라며 언니와 함께 가슴을 쓸어내렸습니다. 그래도 혹시 몰라 암 센터 주치의 선생님께 보여드리려고 CD에 영상을 담아 왔네요.



항암약 먹은지 이제 겨우 4개월째인데, 벌써 몸이 이러면 어쩌냐고, 며칠 우울감에 운동도 며칠 못하고 누워있었던 언니가 다시 힘을 내보겠다며, 점심에 카톡으로 사진을 몇 장 올려주었습니다.



사진 속 풍경은 한없이 푸르르고 봄기운이 가득한데, 저는 왜 코끝이 시큰하고 눈가가 뜨거워지는 걸까요..


기약할 수 없는 4기의 항암 여정... 지치고 힘들겠지만, 절망과 부정의 마음을 희망과 긍정의 마음으로 바꾸고 조급함을 버리자고, 매일 0.1프로씩 좋아지고 있음을 믿자며 의지를 굳게 다졌습니다.



3월부터 출근하자마자 가방을 내려놓고 컴퓨터를 켠뒤, 회사 근처 산책로로 나가 30분 정도 빠르게 걷고 있습니다. 걸음수로 치면 4000보 정도입니다.


초반에는 쌀쌀한 아침기온에 점퍼의 지퍼를 목까지 끌어올리고 굼벵이처럼 몸을 움츠리게 되지만, 중반을 지날때쯤엔 가슴을 활짝펴고 지퍼를 내리게 되는데요, 후반에는 언제 추웠냐는 듯 점퍼마저 훌훌 벗어 허리춤에 질끈 묶게 되더라고요. 치료의 여정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해 봤습니다.


언니를 비롯해 지금 투병중이신 모든 분들께 희망을 가득담아 응원을 보내드립니다. 긴긴 터널끝에서 마주할 희망의빛을 기대하며! 점퍼를 훌훌 벗어 던질날을 고대하며! 아자아자 파이팅입니다!


댓글에 답글도 못드리고, 방문도 못하는데, 늘 응원 보내주시는 여러 작가님들께 진심으로 고개숙여 깊이 감사드립니다! 늘, 항상, 건강하세요!


“언니의 자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