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지하생활자의 수기><죄와 벌><택시 드라이버>
나는 병적인 인간이다……. 나는 심술궂은 인간이다. 나는 남의 호감을 사지 못하는 인간이다. 이것은 아무래도 간장이 나쁘기 때문인 것 같다. 하기는 나 자신의 병에 관해선 아무것도 아는 게 없을 뿐 아니라 내 몸의 어디가 나쁜지 그것조차 확실히는 모른다.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지하생활자의 수기> (이동현 옮김)
"내가 이런 말을 하는 건 우리가 고약한 사람이 될까 봐 두려워서입니다." 알료샤가 계속했다. "하지만 왜 우리가 고약한 사람이 되어야 합니까, 안 그렇습니까, 여러분? 우리는 첫째, 그 무엇보다도 선량하게 살고, 둘째, 성실하게 살아갑시다. 그 다음으론 절대로 서로서로를 잊지 맙시다. 이 점을 나는 또다시 반복하는 바입니다. 내 이름을 걸고서 약속하건대, 여러분, 여러분 중 단 한 명도 나는 잊지 않겠습니다. 지금 현재 나를 바라보고 있는 여러분의 얼굴 하나하나를 삼십 년이 지나더라도 기억할 것입니다."
(하략)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김연경 옮김)
"나는 너무나 젊었고 또 당신을 너무나 강렬하게 사랑했습니다. 이런 말 따위는 할 필요도 없고, 더군다나 내 입장에선 그냥 조용히 당신 곁을 떠나는 편이 더 품위 있을 거라는 것쯤은 나도 알고 있습니다. 이런다고 해서 당신에게 큰 모욕이 되지도 않을 테고요. 하지만 어쨌거나 나는 멀리 가서 절대 다시 오지 않을 겁니다. 아마 영원히 그럴지도....... 나는 더 이상 파열 곁에 머물고 싶지 않아요....... 어떻든, 더 이상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군요, 죄다 말해 버리기도 했고....... 안녕히 계십시오, 카체리나 이바노브나, 나에게 화를 내서는 안됩니다. 나는 당신보다 백배는 더 가혹한 벌을 받았거든요. 당신을 결코 다시는 볼 수 없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가혹한 벌을 받은 거죠. 안녕히 계십시오. 나에게 손을 내밀어 줄 필요도 없습니다. 당신이 나를 너무도 의식적으로 괴롭혔기 때문에 이 순간엔 당신을 용서할 수 없군요. 용서는 나중에 하도록 하죠, 지금은 손을 내밀어 줄 필요도 없습니다.
Den Dank, Dame, begehr ich nicht (부인이여, 감사 따위는 바라지 않노라.)"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김연경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