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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온 Jun 01. 2021

푸르름이 나에게 주는 것들

구스타프 클림트 I 자작나무가 있는 농가, 1900

푸르름의 그리움


새로운 일을 준비하며 몸과 마음이 한없이 분주한 몇 달을 보냈다.

그렇게 보낸 시간 속 내 몸은 대상포진이라는 질병으로 이렇게 지내면 안 된다는 신호를 보내왔다.

잠시 마음을 가다듬으며 쉬었지만 잠깐의 쉼 이후에도 편치 않은 시간이었다.


아이들의 웃는 모습을 온전히 보고 싶었고, 그 모습이 그리웠다. 그렇게 우리 넷은 가까운 곳으로 여행을 떠났다.

얼마만의 여행이었을까, 차를 타고 달리며 보는 바깥 풍경만으로도 너무나 설레었다.


한적한 시골마을 숙소로 가는 길, 아이들과 찾은 수목원에서 난 그동안 막혀있던 가슴과 머릿속이 시원하게 뚫리는 기분을 온전히 느낄 수 있었다.

자연 속에서 신나게 뛰며 활짝 웃는 아이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올랐다.

꽁냥꽁냥 싸우던 너희 둘이 쿵짝쿵짝 함께 잘도 뛰어노는 걸 보니 내 마음 평화로웠다.


이렇게 푸르름이 가득한 드넓은 곳에서 보내는 시간은 언제나처럼 나에게 황금 같은 에너지를 채워준다.

오래오래 가슴에 남을 이 순간은, 문득문득 나에게 작은 위로와 힘겨운 일을 잘 이겨낼 에너지를 건네줄 것이다.

그래서 참 감사하고 소중한 시간이다.




푸르름을 찾아서



여행을 다녀온 뒤로 비가 자주 내렸다.

저혈압인 나는 비가 오는 날이면 늘 몸이 찌뿌둥하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아침, '나만의 미술관'에 들어가 그림들을 둘러본다.

자연스레 초록이 담긴 그림들에게 마음이 간다.

그렇게 만난 구스타프 클림트의 '자작나무가 있는 농가' 그림.

한참을 들여다보니 푸른 잔디와 들꽃들, 하얀빛의 어린 자작나무 기둥이 내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준다.

말수가 적고 사교적인 성격이 아니었던 클림트는 자신의 정원에서 꽃 그림의 영감을 얻고 풍경화를 그리며 명상을 하고 마음의 평정을 되찾곤 했다고 한다.

주로 정사각형으로 되어있는 클림트의 풍경화.


정사각형은 묘사의 대상을 평화로운 분위기 속으로 잠길 수 있게 만드는 최적의 형식이다. 그림은 정사각형을 통해 우주의 한 부분이 되는 것이다.


평온한 클림트의 풍경화는 그 한 장면이 아닌 큰 우주 속의 일부분을 그림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설명 뒤 바라본 정사각형 속 풍경은 그곳으로부터 시작해 드넓게 펼쳐져있는 듯 느껴졌다.

상상으로 이어진 그 넓은 풍경이 내 마음을 시원하고 편안하게 해 준다.




푸르름의 치유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초록을 꺼내어 색을 고른다.

그 색들을 만지고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한결 가벼워진다.


그림을 그리는 동안 밖의 궂은 날씨와는 상관없이 내 마음은 그 초록빛들로 조금씩 치유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사이, 창밖 하늘엔 쨍한 해와 싱그러운 초록잎이 비를 맞아 반짝이고 있었다.

비 온 뒤 더 짙어지는 녹음을 이야기하며 비에게 고마워하는 글을 보게 되었다.

비가 오면 궂은날을 탓부터 하는 나는 순간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


이렇게 하루하루 녹음은 더 짙어지고 해는 더 뜨거워지겠지.

사람들의 불평, 불만 속에서도 자연은 그렇게 자신의 길을 묵묵히 가겠지.

주어진 모든 상황은 변함이 없고 변하는 것은 나의 마음뿐이라는 걸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나에게 푸르름은.

그리움이고 안식처이며 위로이다.

조금 더 감사하는 마음으로 요즘의 변덕쟁이 날들을 사랑해보자 생각한다.

내 마음에 푸르름을 전해주는 내 소중한 추억과 그림에 감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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