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lene Schjerfbeck 헬렌 쉐르벡
한 사람의 얼굴
풀내음이 가득할 것 같은 숲에 선 여인이 보인다.
까맣고 단단한 눈동자와 살짝 미소를 머금은 듯한 다부진 입술도 눈에 들어온다.
발갛게 홍조 띤 얼굴빛에선 무언가를 향한 열정과 사랑도 느껴진다.
핀란드 여성 화가 헬렌 쉐르벡의 그림이다.
본인의 자화상은 아니지만 한 여인을 바라보며 그림을 그리는 과정 속에서 그 사람의 내면과 더 나아가 영혼을 그림 안에 담으려 했을 화가를 생각해본다.
나의 얼굴, 나의 모습
경이로운 자연과 사랑하는 사람들을 사진으로 담는 일은 늘 내가 하는 일이지만 내 모습을 사진으로 찍는 건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사진 속에 담긴 내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면 꼭 내가 감추고 싶고 지우고 싶은 내 마음 한편을 들킨 것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간혹 마음에 들게 나온 사진 속 나는 내가 바라는 모습이다. 그러면 그 사진을 요리조리 자세히 살펴보기도 한다.
너그러운 눈으로 살짝 미소를 짓고 있는 편안해 보이는 내 모습.
너무 과장되지도 너무 부자연스럽지도 않고 그 순간의 행복을 담고 있는 내 모습.
하지만 내 모습은 늘 그렇지 않다.
현명한 판단과 지혜로움으로 바르고 고운 말을 하는 입을 가지고 싶지만, 별거 아닌 일에도 불평을 하고 아이들에게 잔소리를 하는 나의 입이다.
이야기를 할 때면 가슴속 열정이 반짝반짝 빛나는 눈동자를 가진 사람이 되고 싶지만, 나의 가슴은 올랐다 식었다를 반복하고 내 눈은 반짝이다가도 또 흐리멍덩해지곤 한다.
하지만, 내가 지양하는 삶의 모습이 있고 걸어가야 하는 방향을 알고 있으니 이런 나도 괜찮지 않을까?
내가 살아온 삶과 내가 살아갈 삶
내가 살아온 삶 = 과거
내가 살아갈 삶 = 미래
살다 보면 이 두 삶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나를 발견할 때가 있다.
과거의 후회와 미래의 불안을 가지고 현재를 사는 그럴 때의 나는 참 힘이 든다.
과거의 후회와 미래의 불안은 잠시 내려놓고,
'지금 이 순간, 지금 여기 내가 바라는 그 모습으로 그렇게 존재하자'라고 나에게 넌지시 말을 건넨다.
그렇게 ‘지금 순간’을 살아가다 보면 내가 만족할만한 나의 모습이 되어있을 거라 믿으며.
오늘도 그렇게 지금을 살아본다.
정원 명상
고요한 연못이 되라, 너의 얼굴이 빛과
경이로움을 반사하게 하라.
잠자리가 되라, 조용하지만 기쁨에 넘치는.
꽃봉오리가 되라, 피어나기를 기다리는.
나무가 되라, 쉴 그늘이 되어 주는.
나비가 되라, 지금 이 순간의 풍요를 받아들이는.
나방이 되라, 빛을 추구하는.
등불이 되라, 길 잃은 이들의 앞을 비추는.
오솔길이 되라, 한 사람의 갈 길을 열어 주는.
처마에 매달린 풍경이 되라, 바람이 너를 통과하게 하고
폭풍을 노래로 만들 수 있도록.
비가 되라, 씻어 내고 맑게 하고 용서하는.
풀이 되라, 밟혀도 다시 일어나는.
다리가 되라, 평화로운 마음으로 건너편에 이르는.
이끼가 되라, 너의 강함을 부드러움과 자비로움으로 누그러뜨리는.
흙이 되라, 결실을 맺는.
정원사가 되라, 자신의 질서를 창조해 나가는.
사원이 되라, 영혼이 네 안에 머물 수 있도록.
계절이 되라, 변화를 기꺼이 맞아들이는.
달이 되라, 어두운 가운데 빛나는.
조약돌이 되라, 시간이 너의 모서리를 둥글게 다듬어 완성하도록.
나뭇잎이 되라, 놓을 때가 되면 우아하게 떨어지는.
원의 순환을 신뢰하라, 끝나는 것이
곧 다시 시작하는 것이므로.
_샤메인 아세라파 / 마음 챙김의 시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