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1일, 3월이 끝나간다. 아니, 24년의 1분기가 끝났다. 12월 말 ~ 1월 초까지만 하더라도 24년 올해만큼은 더욱 성장한 모습을 상상했지만 3개월도 안 돼서 퍼져버렸다. 힘든 것도 아니고 바쁜 것도 아닌데 계획한 일들을 제대로 행하지 못하는 스스로의 모습에 탄식만 나올 뿐이다.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하루 24시간의 시간이 주어졌는데 절반 이상을 헛되이 보내고 있다.
24년의 목표는 별거 없었다. 아니 많았다고 해야 하나? 꾸준하게 운동을 하면서 주식을 조금씩 공부하고, 웨딩 촬영 말고도 따로 시간 내서 공부하며 개인 작업을 하고 싶었다. 여기서 조금 더 욕심을 내자면 약간이나마 회화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영어를 배우고 싶었고, 일주일에 한 편 정도의 영화를 보고 후기를 쓰고 싶었다. 하루에 한 줄이라도, 일기라도 좋으니 글을 쓰고 싶었고, 여기서 더 발전한다면 블로그나 브런치 쪽으로 글쓰기를 꾸준히 하고 싶었다.
1월 한 달 동안은 이 패턴을 유지했지만 2월 중순쯤 조금씩 계획에 차질이 생기더니 결국 또 다 놔버렸다.
하루 10분의 글쓰기가 그렇게 어려운 것이었을까?
30분의 산책이 어려운 것이었을까?
한 시간의 공부가 어려운 것이었을까?
두 시간 동안 신문을 보는 게 고된 일이었을까?
내가 원하는 바는 하루 최소 3시간 ~ 4시간 정도만 내면 되는 일인데…… 남들보다 시간이 넘쳐남에도, 하루의 1/8조차 자기 계발을 위해 쓰지 못하고 있다. 20대 초 ~ 중반, 알바를 두세 탕 뛰면서도 꾸준히 자기 계발을 했었는데 프리랜서가 된 지금은 수입도, 시간도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더 암담해지고 있다. 시간이 없고, 몸이 힘들고, 상황이 좋지 않을 땐 오히려 이 악물고 더 하려 했는데 몸이 편해지고 상황이 괜찮아지니 독기가 빠지다 못해 물렁해졌다.
가끔 억지로 산책을 하며 다른 사람들을 볼 때마다 자괴감이 들곤 한다. 내 나이대의 다른 사람들은 다들 열심히 일하고, 퇴근 후에 자기 계발을 하며 성장하고 있는데 반대로 나는 퇴화하고 있다. 시장의 어르신들은 아침 일찍 나와 밤늦게까지 일을 한다. 하교 시간의 아이들에게는 어린아이들의 생기가 느껴진다. 나는 더 이상 어리지도 그렇다고 정말 늙지도 않은 그 애매한 구간에 서있다.
더 이상 이렇게 살기 싫어 내일은 꼭 달라져야지 다짐하면서도 정오가 지난 시간에 눈을 뜨며 게으른 시간을 보내고 있다. 나는 더 나아지고 있는 것일까, 죽어가고 있는 것일까? 부정적인 생각이 극에 달아 뭐라도 하지 않으면 도저히 버티지 못할 것 같아 억지로 글을 쓴다. 무슨 말을 써야 할지, 제대로 읽히지도 않는 그런 글을 쓴다. 잡념이, 부정이 글을 통해 빠져나갔으면 좋겠다.
내일의 나는 달라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