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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아무개 Feb 20. 2024

죽어가는 도시


현관문을 열면 날 맞이하는 것은 복도에서 담배 피우는 노인이다.

저벅저벅 계단을 걸으며 내려갈 때 보이는 문구는 '소변 금지'.

병 때문인지 혹은 고의적인 행동인지 모르겠지만

누군가 항상 계단 모서리에 소변을 놓는다.



시장을 거쳐 버스를 타러 갈 때면 많은 노인들을 보곤 한다.

지팡이를 짚고 천천히 걸어가는 사람,

전동 휠체어를 타며 담배를 피우는 사람,

인파가 많은 대낮인데도 불구하고 소변을 누는 사람,

삶의 의지를 잃은 눈으로 허공에 대고 욕을 하는 사람,

잘잘못을 떠나 큰소리치면 무엇이든 해결될 것처럼 구는 사람까지…….



지방이라 그런 걸까? 아니면 값싼 동네라 그런 걸까?

내가 사는 상인동은 비상식이 상식인 된 공간이다.



최소한의 도덕성조차 보이지 않는 그들을 볼 때면

안쓰럽고 불쌍하다는 생각보단 불쾌한 기분과 더불어 

먼 훗날의 내가 저들처럼 될 것 같아 무섭다.



시간이 흐르며 나이를 먹는 게 무섭다.

이곳을 벗어나지 못한 채 노년을 맞이할까 두렵다.

최소한 내가 생각했던 '인간'의 기준에 미치지 못하고

그들의 행동이 당연하게 느껴질까 봐 너무나도 무섭다.



사람이 많은 곳은 질색이지만 비상식이 상식이 된 이곳에서 벗어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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