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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해 별글이 Dec 23. 2023

둘이서 놀고 싶었다고,

크리스마스에 엄마 소원은요,

강이 친구 윤이 놀러 왔다. 낮 동안엔 네 살 차이 나는 겸과 따로 둘이서만 놀았다. 마침 겸은 여자친구 집에 초대를 받아 오후엔 나가야 했으니 아이들의 내외가 크게 문제 되지 않았다. 땀을 뻘뻘 흘리며 강과 함께 열심히 놀던 윤은 집에 가기 싫다며 볼멘소리를 냈다.

“우리 언니는 맨날 나 때려. 그래서 집에 가기 싫어, 별글이. 나 여기서 평생 살고 싶다.”

윤이네 부모님은 부부가 함께 제법 규모 있는 돈가스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맛이 좋기로 소문난 집이라 바쁘다 보니, 주말이면 세 살 차이 나는 언니와 집에 있는 날이 많은 것 같다. 물론 가게 위가 바로 집이니 오르락내리락하며 지내고 있지만. 저녁까지 먹고 집에 가자는 나의 제의에 윤은 눈을 초승달처럼 구부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여섯 시쯤 겸이 집에 돌아왔을 때 처음과 달리 윤은 오빠랑도 같이 놀다고 했다. 강은 싫다고 했지만 윤은 막무가내 겸의 손을 끌었다. 겸은 최선을 다해 아이 둘과 놀았다. 네 살 많은 오빠 노릇을 하느라 20킬로 넘는 동생들을 업고 침대를 방방 뛰었다. 윤은 그런 겸이 좋았나 보다. 어느 순간 강은 안중에 없고 겸이 좋다며 졸졸 쫓아다닌다.

어느덧 집에 가야 할 시간. 윤이 오빠랑 같이 집에 가고 싶다는 말에 겸까지 셋이 배웅길에 나섰다. 바래다주고 돌아 나오는 길, 갑자기 강의 울음보가 터졌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 폭발한 모양이다. 그래, 쳐다보고 있던 나와 남편도 멋쩍었는데, 윤이 겸이랑 노는 게 재밌다며 자신은 쳐다도 안 봤으니 당사자인 강은 상심이 얼마나 컸을까? 가뜩이나 시기와 사랑의 양가 대상인 오빠한테 말이다.

“둘이 놀고 싶었단 말이야, 엉엉.”

오빠로서 최선을 다한 것뿐인데, 나는 난감했고 겸은 머쓱해져 버렸다.

셋의 관계는 때로 아슬아슬하고 불편하다. 뾰족한 꼭짓점이 신경을 곤두세우는 삼각형 닮은 관계. 하지만 피한다고 내 마음대로 되는 일이 아니니, 결국 둘 사이에서 버틸 수 있는 마음의 근력을 길러야 한다. 내 안의 시기와 질투, 집착과 소유의 마음을 모두 인정해야 한다. 그런 내 감정을 두고 못났다는 꼬리표를 달지 말고 흘러갈 수 있게 의식의 수면 위로 떠올려야 한다. 마흔 인 내게도 쉽지 않은 과정인데 일곱 살이 어찌할 수 있을까? 가만히 들어만 주는 수밖에 없다. 그래, 속상하지, 서운하지, 질투 나지, 뺏긴 기분이지 하면서.

산타에게

잠자리에 들 시각, 강의 옆에 누워 꼭 안고 있을 때 불현듯 알려주고 싶었다. 누군가 너를 소홀히 대한다고 해도 너는 여전히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 강이라고. 엄마 아빠의 딸이라 우리는 행복하다는 것을 잊지 말라고 말이다. 네가 어떤 모습으로 순간을 살아도 넌 우리의 일부로 여전히 사랑받고 있으며, 너의 존재로 인해 행복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임을 강의 마음에 새겨주고 싶었다.

“강아, 친구들이 너를 홀대해도 너란 사람이 변하는 건 아니야. 넌 여전히 사랑받아 마땅한 사람이고, 엄마 아빠는 네가 있어서 행복해. 엄마가 있잖아. 속상하면 엄마한테 와. 엄마는 항상 여기 있어.”​강은 설핏 든 잠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어떤 상황에서도, 너는 절대 변하지 않는 좋은 사람이라는 마음을 아이들에게 심어줄 수 있는 엄마가 되고 싶다. 산타가 내게는 선물 대신 이 소원을 이뤄주시길 간절히 바라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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