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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토막생각

부러운 게 삶이더라, 그러니 부러워 말 지어다

by Hoon

몸 아프면, 아프지 않고 몸 성한 이들이 부럽다.

아픈 데 없이 마음대로 다니는 걸음 하나가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다.

하루아침 날벼락처럼 일자리 잃은 이에겐

아침에 눈떠 어딘가로 쓸려갈 수 있는

회사원의 가파른 어깨조차

여간 부러운 것이 아니다.

미래를 다짐했던 연인과 운명적으로 헤어진 이라면

거리를 온통 채우는 듯 남녀 짝꿍들이

차라리 꼴 보기 싫게 야속하고 아리다.

살림살이가 무너져

이부자리 펼 곳을 이곳저곳 전전하는 이에게는

땅거미 내리면 파고들 수 있는

옹색한 집이라도 있는 형편마저

그저 부러울 따름이다.

어미 혹은 아비, 아내와 지아비,

참척의 고통으로 자식을,

그렇게 피붙이 잃은 이에겐

남의 식구 오붓한 한 때를 보는 찰나가

영원히 마르지 않는 눈물의 발원지가 된다.


치명적 결핍으로 휑하니 구멍 난 나와는 다르게

빈 곳 없이 멀쩡한 세상 만인을 광장에서 마주치노라면

우주에 한 점 혼자 뼈아픈 외로움을 씹는다.

그 첫맛이 바로 부러움이리라.


한데 그럴 필요 없겠더라.

내가 딱 하나 비운 것이 어떤 이에겐 그것만 말고

모두 채운 것으로 보일 터임을,

아니 미세한 틈새일랑

더듬어도 만져지지 않을 것임을

문득 알게 되었기에,

내가 그렇게 부러움이 갈아입은

우울과 자괴에

현혹된 것일 수 있겠더라.


그러므로 나는 이제 남은 삶에서

부러움으로 자멸하지 않겠노라.

[H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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