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아프면, 아프지 않고 몸 성한 이들이 부럽다.
아픈 데 없이 마음대로 다니는 걸음 하나가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다.
하루아침 날벼락처럼 일자리 잃은 이에겐
아침에 눈떠 어딘가로 쓸려갈 수 있는
회사원의 가파른 어깨조차
여간 부러운 것이 아니다.
미래를 다짐했던 연인과 운명적으로 헤어진 이라면
거리를 온통 채우는 듯 남녀 짝꿍들이
차라리 꼴 보기 싫게 야속하고 아리다.
살림살이가 무너져
이부자리 펼 곳을 이곳저곳 전전하는 이에게는
땅거미 내리면 파고들 수 있는
옹색한 집이라도 있는 형편마저
그저 부러울 따름이다.
어미 혹은 아비, 아내와 지아비,
참척의 고통으로 자식을,
그렇게 피붙이 잃은 이에겐
남의 식구 오붓한 한 때를 보는 찰나가
영원히 마르지 않는 눈물의 발원지가 된다.
치명적 결핍으로 휑하니 구멍 난 나와는 다르게
빈 곳 없이 멀쩡한 세상 만인을 광장에서 마주치노라면
우주에 한 점 혼자 뼈아픈 외로움을 씹는다.
그 첫맛이 바로 부러움이리라.
한데 그럴 필요 없겠더라.
내가 딱 하나 비운 것이 어떤 이에겐 그것만 말고
모두 채운 것으로 보일 터임을,
아니 미세한 틈새일랑
더듬어도 만져지지 않을 것임을
문득 알게 되었기에,
내가 그렇게 부러움이 갈아입은
우울과 자괴에
현혹된 것일 수 있겠더라.
그러므로 나는 이제 남은 삶에서
부러움으로 자멸하지 않겠노라.
[H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