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수영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wiseon Oct 26. 2020

자유롭게 팔 돌리기

팔 돌리기를 배우다 끝났다. 




좀 더 엄밀하게 말하면 팔을 돌려보지도 못하고 끝난 것이지만. 그래도 그 시절의 나는 헤엄치진 못해도 물에 뜨기 시작했다는 자신감 하나로 호기롭게 호텔 수영장을 다녀오기도 했었다. 그렇게 몇 년을 음-파 하며 둥둥 떠다니다 드디어 팔 돌리기를 배우는 날이 왔다. 이전에 배웠다고 왕초보 반에서 나름 기본기 있는 사람처럼 비치곤 했는데, 팔 돌리기부터는 모두 처음 하는 동작이라 긴장되었다. 그리고 역시나! 나는 왕 초보반 멤버들 중에서 팔 돌리기를 가장 못했다. 


팔 돌리기는 왼쪽 팔은 앞으로 쭉 뻗은 상태에서 오른쪽 팔을 돌리면서 고개를 틀어 호흡하는 방법이다. 물 밖으로 호흡하기 때문에 잘못하면 입 속으로 물이 들어갈 수 있고, 팔 돌리기에 심취해 발이 멈추면 물아래로 가라앉기 때문에 모든 밸런스가 맞아야 하는 동작이다. 


팔을 돌리면서 깨달은 게 하나 있다. 난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한 수강생이라는 것. 누구보다 물에 대한 두려움이 많고, 운동에 대한 기본기도 부족했으며, 새로운 스킬을 소화하는 시간이 긴 사람이었다.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알았다. 안 된다고 의기소침하지 말고 남들보다 5분씩만 더 연습한다면 달라져 있을 거라 믿고 수업 후에 한 바퀴씩 더 돌았다. 그랬더니 처음에는 한두 번 정도 팔을 돌리고 물 밖으로 일어났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한 바퀴 더, 한 바퀴 더… 지금은 레인 끝에서 끝까지 물 밖으로 나오지 않고 헤엄칠 수 있게 되었다. 정직하게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온다는 걸 몸으로 느낀 순간이었다. 수영은 거짓말을 안 하네! 


‘그래, 나는 남들보다 좀 어설프다. 그렇지만 연습하면 금세 따라가는 사람이야!’ 자유형 팔 돌리기의 경험이 수영을 대하는 마음으로, 무언가를 배울 때의 마음 가짐으로 이어지는 경험이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