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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광 Mar 20. 2023

기대하지 않는 관계

하노이에서 돌아 온 다음날, 교회 ‘아름예배’ 목자님들을 대상으로 븍토크 시간을 가졌다. 미리 만들어 놓은 슬라이드가 있긴 했지만, 많은 부분을 보완하고 수정해야만 했다. 아무래도 교회에서의 강의는 남다르다.


아름예배와 함께 한 지도 4년이 지났다. 아름은 정신지체, 발달장애, 자폐증처럼 몸과 마음이 불편한 사람들이 모여 예배하는 곳이다. 

처음 이곳을 찾아왔을 때 가슴 떨림의 기억을 잊을 수 없다. 음정과 박자는 맞지 않지만 그 어떤 곳보다 가장 아름다운 찬양이 있고, 세상이 가져다 주지 못하는 기쁨으로 가득했었다. 이곳에만 오면 나는 무방비 상태가 된다. 더러 나와 함께 하는 친구가 뇌전증으로 발작이 일어날까 두려운 마음이 드는 것을 제외하고는, 그들의 해맑은 웃음속에서 절로 충만함이 찾아든다.   

  

모든 관계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기대’가 개입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살면서 많은 것을 기대한다. 그러나 대부분 돌아오는 건 그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그래서 아쉽고 섭섭하다. 때로는 불만으로 번지기도 한다. 

아름에서는 그러한 법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애초에 기대하지 않기 때문이다. 기대할 것이 없는 관계에서는 아쉽고 섭섭한 마음이 찾아 들 틈이 없다. 오히려 정작 내가 도와줄 것이 없다는 사실에 고개를 떨군다. 도움을 주러 왔다가 그들로부터 기쁨을 얻는 관계로 역전된다.      


보잘 것 없는 내가 아름을 섬기는 목자님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한다는 건 분에 넘치는 일이다. 여독 탓에 몸은 피곤하지만 경청하는 모습과 진지하게 이어지는 질문들 가운데 더할나위 없는 감사와 행복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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