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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리우스 Apr 10. 2024

솜사탕 벗꽃

나는 벚꽃보다 벗꽃이라고 부르는 게 더 좋다. 벗꽃이 더 부드러운 느낌이다. 그래서 난 벚꽃을 벗꽃이라고 부른다. 지난주 러시아에서 한국으로 유학 온 친구와 함께 광장동 벗꽃길을 걷고 있었다. 연한 핑크빛 벗꽃이 만발해서 뭉실뭉실 구름처럼 피어있는 모양이 솜사탕 같았다.


"벗꽃이 솜사탕처럼 예쁘다. 솜사탕 알아요?"

"솜사탕? 솜사탕? 몰라요."


러시안 친구는 잠시 생각하더니 말한다.


"삼계탕, 설렁탕 같은 거예요?"


삼계탕이란 말에 웃음이 났다. 솜사탕에 '탕'자가 들어가니까 삼계탕처럼 탕 종류인 줄 알았나 보다. 그래도 한국어를 열심히 공부하는 친구라서 한국어 감각이 있는 것 같았다. 번역앱을 열어서 솜사탕을 러시아어로 번역해 주니 알겠다며 웃는다.




벗꽃은 봄을 알리는 불꽃놀이 축포 같다. 파스텔톤 스카이 블루 하늘이 펼쳐지고 회색으로 가득한 도시에 핑크빛 뭉게구름들이 나뭇가지에 두둥실 떠있으면 저절로 마음이 포근해진다.


스테레오 타입의 생각 같지만 남자인데도 핑크색을 좋아한다. 왜일까? 달콤한 솜사탕이 생각나서일까? 은은한 은하수처럼 옅은 핑크색도 좋고 비비드 한 핫핑크도 좋고 오페라라는 이름의 핑크색도 좋아한다. 색은 RGB로 만들어진다. R은 RED, G는 GREEN, B는 BLUE, RGB를 잘 섞어서 여러 컬러를 만든다. 핑크를 만들기 위해서는 신기하게도 R이 100%. B도 100%가 들어가고 G의 퍼센트를 조절해서 핑크색의 강약을 조절한다. 벗꽃의 색을 만들려면 R이 100%. B도 100%, G는 98% 정도 섞어야 한다. RED가 태양이라고 생각하고 BLUE를 하늘이라면 봄이 돼서 GREEN의 새싹이 올라와 벗꽃의 핑크색을 만드는 것 같아 신기하다.


아쉽지만 벗꽃잎들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바람이 불면 연한 핑크색 함박눈이 내릴 것이다. 연인과 함께 커다란 솜사탕을 손에 들고 벗꽃눈을 맞고 싶은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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