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태리우스 Oct 21. 2024

푸르름을 보다

하늘색은 물감에 skyblue라고 적혀있다. 파스텔톤의 블루컬러다. 그림에세이북 1cm에서 하늘색을 여러 색으로 표현한 게 기억난다. 오렌지색으로 물든 노을의 하늘, 블랙으로 칠해진 어두운 밤하늘, 비 오는 날의 그루미 하고 그레이 한 하늘, 사랑에 빠진 사람이 바라보는 핑크빛 하늘.


하늘이 고정된 무채색이나, 형광색이나, 새빨강색처럼 VIVID 한 컬러였으면 어땠을까? 만약 그랬다면 우리가 지금 하늘을 바라보는 것처럼 좋아하진 않았을 것 같다.   


1961년 4월 12일 인류 최초로 우주에 나간 러시아 우주인 유리 가가린은 지구를 보고 말했다.


"지구는 푸른빛이었다."


가가린은 보스토크 1호를 타고 1시간 29분 동안 우주를 유영했다. 우주에서 바라본 지구는 어땠을까? 다시 지구로 돌아갈 수 있을지, 잘못해서 저 어둔 우주로 튕겨져 나지도 몰라 두려웠을까? 인류가 한 번도 우주에 나간 본 적 없는 시대에 무중력의 세계로 몸을 던질 때의 두려움은 우리가 번지점프대 앞에 섰을 때의 두려움과는 비교도 안될 것같다.   


사람은 지구에 발을 딛고 살면서 평생을 지구가 어떻게 생겼는지 직접 볼 수 없다. 까만 우주에 푸르르게 빛나는 구슬 모양의 지구는 아름답고 황홀할 것 같다.


나는 생각해 본다. 지구에서 산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과거의 사람들과, 현재의 사람들, 미래의 사람들은 서로 지구에서 살다가 다음 세대에게 지구를 물려주는 역사의 주인공들로 살아간다. 2000년 전 지구는 어땠을까? 지금보다 더 푸르렀을까? 우주에는 인공위성의 잔해와 쓰레기들이 쌓여있다고 들었다. 지구의 바다에는 대한민국 국토의 17배가 넘는 크기의 쓰레기섬들이 있다고 한다.


이를 태평양 거대 쓰레기 지대(Great Pacific Garbage Patch) GPGP라고 부른다. 바다의 쓰레기섬들은 더 커질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일본의 핵오염수 방출로 바다가 어떻게 될지 아무로 예측할 수 없는 사태가 펼쳐지고 있다. 영화 '괴물'처럼 바다에 '괴물'이 나타나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미래의 지구는 푸르름이란 색을 잃어버릴 뿐만 아니라 생명을 상징하는 푸르름까지 잃어버려 무채색, 무생명의 별이 되어버릴지도 모른다. 생명이 살아남는다 해도 '괴물'같은 생명체들로 가득 채워지는 건 아닐지 모르겠다.



그래도 지구의 아름다움을 한번 더 생각해 보면, 문명이 발달할수록 지구는 점점 푸르름을 잃지만, 해가 진 지구만큼은 더 아름답게 보인다. 지구에서 켜놓은 수많은 전구들이, 우주에 펼쳐진 별빛처럼, 지구를 빛나게 해 주기 때문이다. 도시의 불빛이 모여서 저 멀리 우주에서도 볼 수 있는 지구, 우리가 별을 보고 좋아하듯이 별들도 지구의 불빛을 좋아할지 모른다. 하지만 지구가 바다와 생명의 푸르름을 잃게 된다면 그 빛들조차도 어둠 속으로 사라져 버릴 것이다.


마치 폭탄 돌리기 게임을 하듯이, 게임을 할수록 폭탄이 터질 시간이 다가와 공포는 커지고, 시간은 촉박해지고, 평정심을 잃고 허둥지둥 대듯이, 인류는 지구를 그렇게 대하면서 다음 세대로 떠넘기고 있다.


스페이스 엑스가 우주여행의 시대를 열고 있다. 더 많은 에너지를 쓰고 더 많은 지구의 오존층을 뚫고 대기권을 뚫을 것이다. 마치 쇄빙선들이 남극과 북극의 빙하들을 파괴하고 깨부스면서 망가뜨린 것처럼, 우주선들의 무분별한 발사들이 지구를 둘러싼 대기층을 망가뜨리진 않을지 모르겠다.


자연의 자정능력의 한계치를 넘어서, 지구의 푸르름의 마지막 한계선을 넘어버리는 순간에 무슨 일어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 하고, 푸르름도 푸르를 때 지켜야 한다. 소중한 것은 소중하게 지켜야 한다.


유리 가가린이 바라봤던 푸르름은 바다, 하늘, 생명의 푸르름일 테다. 마치 불안감이 감돌지만 끝을 알 수 없는 스릴러 영화처럼, 미스터리 영화처럼, 지구의 운명에 점점 그늘이 드리워지고 있다. 그 그늘이 먹구름이 되지 않기 위해서, 온 하늘과 바다의 푸르름을 삼켜버릴 어둠이 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 우린 힘을 다하고 힘을 합쳐서 행동해야 한다. 우리의 어리석음과 이기심이 지구를 삼켜버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PS. 하 - 나는 결벽적인 부분이 있어서 화장지를 엄청나게 쓴다 - 결벽부터 고쳐야한다 -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