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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리우스 Oct 26. 2024

바이올린 버스킹

건강을 위해 폭식가에서 소식가가 되기로 마음을 먹고 점심을 두부 한모, 고구마 2개, 커피 한 잔을 먹었다. 저녁 6시가 되니까 배가 너-무 고팠다. 힘이 없어서 편의점에 가서 점보 삼각김밥을 두 개를 샀다. 3XL 참치마요, 3XL 참치비빔밥이었다. 전자레인지에 40초를 돌렸다. 덩치 삼각김밥 형제들이 뜨뜻해졌다. 파타고니아 양털조끼 주머니 양쪽에 하나씩 넣었더니 손난로처럼 손을 제법 따뜻하게 해 줬다. 새벽에는 춥고, 저녁에는 쌀쌀한 요즘 날씨다. 오늘 낮 날씨는 최고였다. 미세조정, micro soft, 신묘막측 같은 단어가 생각난다. 섬세하고 절묘하게 맞춰진 온도, 습도, 햇빛, 바람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삼각김밥 형제와 손을 잡고 다이소에 갔다. 크리스천이라서 종종 전도를 하는데, 어린이들에게 선물을 주면서 복음을 전하면 아이들이 아-주 좋아한다. 다이소에 가면 경제적이고 예쁜 아이템들이 많아서 좋다. 그런데 대부분 짱구, 토이스토리, 마블, 디즈니 같은 유명 캐릭터 제품들이다. 크리스천 굿즈의 필요성을 느껴졌다. 전공을 살려서 크리스천 아이템을 만들어서 전도를 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다이소에서 시장조사를 마치고, 배가 너무 고파서 주머니에 들어있는 삼각김밥을 먹으며 산책을 하기로 했다.


어린이대공원 후문 쪽을 가는데, 여러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버스킹을 하는 듯 보였다. 어린이대공원 후문과 아차산역 입구 사이에는 300m 정도 되는 아주 예쁜 길이 만들어져 있다. 낮에도 예쁜데, 밤에는 훨씬 더 아름답고 분위기가 좋다. 낭만적인 산책로를 공연장으로 만든 버스킹은 바이올린 연주였다. 


나는 악기 중에 바이올린을 특별히 좋아한다. 바이올린만의 선율과 분위기, 감성, 왠지 외롭고 고독하면서 아스라한 가을 같은 느낌이 좋다. 바이올린을 배워 보려고 문화센터에 등록을 해봤지만, 현악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금세 포기했다. 바이올린 연주를 들으니 몸에 튜브를 달고 따뜻한 해변 바닷가에서 두둥실 떠있는 듯한 편안함을 느꼈다. 



어두운 밤, 가로등 아래, 연주자는 연주를 하고 있었다. 50여 명이 그를 둘러서서 음악을 함께 들었다. 

음악의 힘이 이런 거구나. 사람을 하나로 모으고 마음을 하나로 만드는 음악의 힘이 느껴졌다. 유모차에 있는 갓난아기, 아장아장 유아, 어린이, 아빠와 산책 나온 딸,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함께 바이올린 음악을 들었다. 여러 노래를 연주했는데, 김현식의 '내 사랑 내 곁에' 노래를 정말 오랜만에 들었다. 


'내 사랑 그대, 내 곁에 있어줘. 이 세상 하나뿐인 오직 그대만이. 힘겨운 날에 너마저 떠나면 비틀거릴 내가 안길 곳은 어디에, '


노래의 멜로디와 가사가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30년도 넘은 노래다. 중고등학생 때 듣고 제대로 들어본 적 없는 그 노래가 마음속에 여전히 남아있었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노인이  어린 시절의 자신을 만난 듯, 마음에 남아있는 여운이 freeze flower처럼 오랫동안  그대로 남아 있었다.  


연주자는 크리스천이었다. 마지막 곡으로 '그 사랑'이란 찬양을 연주하고 하나님의 사랑과 예수님의 복음을 전해주었다. '그 사랑'은 아름다운 CCM이다. 


'상한 갈대 꺽지 않으시는 꺼져가는 등불 끄지 않는 그 사랑 변함없으신 거짓 없으신 진실하신 그 사랑' 


살면서 좌절하고 절망할 때가 있다. 상한 갈대처럼, 꺼져가는 등불처럼, 심지어 때론 꺼진 등불 같을 때조차도 새롭게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힘을 받는다는 건 크리스천의 최고의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가을날밤 뜻밖의 바이올린 연주회를 참석할 수 있어서 행복한 마음이 들었다. 



사람 마음은 어떤 걸까? 불같이 타오르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 구름처럼 포근해지고, 금세 먹구름이 되기도 하고, 비가 내리고, 소나기가 내리고, 낙엽처럼 떨어지기도 하고, 꽃이 피기도 하고, 통통 튀는 공처럼 하늘 높은 줄 모르고 튀어 오르기도 하고, 바람처럼 왔다가 가기도 하고, 얼음처럼 차갑다가도 봄바람에 금세 녹여버리는 마음. 그 마음을 표현하는 방법 중에 음악만큼 파워풀한 게 또 있을까? '시는 말하는 그림, 그림은 말없는 시'라는 말을 보았다. 시에 멜로디를 붙인 노래와 음악은 사람의 마음과 마음을 연결해 주고 하나 되게 해 준다. 


노래를 잘 못 부르지만 음악을 좋아한다. 음악을 들을 때면 흩트려져 있는 내 마음이 음악의 결에 맞춰지는데 마치 바닷속 해류에 따라 살랑살랑 부드럽게 휩싸이는 해조류를 상상하곤 한다. 음악을 함께 듣는 건 함께 같은 파도를 타는 서퍼들이 된 것처럼 같은 물결을 타고, 같은 선율을 탈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다. 그럼 특별한 힘이 음악에 있다. 음악은 보이지는 않지만 양털구름처럼 우리의 마음을 포근하게 해주기도 하고, 우울한 마음을 기쁨으로 바꿔주기도 하고, 힘들고 지칠 때 어떤 초코바 보다도 더 힘을 낼 수 있게 해주는 음악, 음악이 없는 세상은 얼마나 삭막할까? 세상을 아름답게 해주는 음악은 하나님께서 주신 최고의 선물 중에 하나인 것 같다. 할렐루야. 


그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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