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오즈 야스지로 세계의 시작 - <만춘>

영화가 곧 일상의 되는 마법

by cozyoff

필름을 필사하다,《매거진 필사》



by. ossion


일본의 거장 오즈 야스지로가 빚어낸 걸작 <만춘>은 그가 추구하는 미학에 대한 모든 정수가 담겨 있는 이른바 '오즈 야스지로의 세계'의 시발점이기도 한데요. 여기서 '오즈 야스지로의 세계' <만춘(1949)>에서 시작해 그의 유작 <꽁치의 맛(1962)>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에서 늘 한결같은 형식미가 도드라지는 감독 특유의 스토리텔링, 연출, 촬영, 연기 방식을 통틀어 일컫는 말입니다. 그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것은 바로 '필로우 숏'이라는 연출 방식인데요. 이번 시간에는 오즈 야스지로의 영화에서 필로우 숏이 어떤 방식으로 작용되며, 또 그 방식이 왜 여전히 21세기에서도 끊임없이 회자되는걸까요.



124346_2699517_1744042968027186706.jpg Janus Films 제공

위의 사진을 보면 자전거 두 대가 바닷가 앞의 모래밭에 정갈하게 세워져 있죠. 해당 숏이 등장하기 바로 직전까지의 상황을 간단하게만 묘사하자면, 영화의 주인공인 노리코가 좋아하는 남자와 함께 자전거를 타고 해안 길을 누비는 장면이 펼쳐집니다. 그리고 이내 그들은 잠시 휴식을 취하기 위해 자전거를 세워두고 그 근처에 걸터앉습니다. 당연히 그 뒤에는 묘한 분위기의 대화가 흐르게 되죠. 하지만 영화는 이내 둘의 대화를 끊고 위 사진과 같은 숏을 집어넣습니다. 일명 필로우 숏.

오즈 야스지로는 항상 영화에서 인물들의 감정이 필요 이상으로 초과되는 순간경계합니다. 대부분의 영화였다면 노리코의 고백 혹은 키스 등으로 과장되게 이어 나갔을 장면을, 그는 위와 같은 필로우 숏을 통해 감정을 환기시킵니다.


필로우 숏의 정의는 '사물이나 풍경을 무심히 담아낸 인서트 장면' 정도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오즈 야스지로는 그저 풍경의 삽입 정도로만 끝날 수 있었던 필로우 숏을 인물의 감정과 엮어 기어코 그 이상의 효과를 건져냅니다. 그래서 오즈 야스지로의 영화는 항상 차분합니다. 감정이 고조되려는 찰나마다 탁월한 필로우 숏의 활용으로 극을 뻔한 멜로, 신파로부터 저 멀리 떼어놓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즈 야스지로의 영화에서는 끝내 장르가 아닌 일상이 남습니다. 샐러리맨의 일상, 딸을 시집보내려는 아버지의 마음, 부모님을 여윈 자식들의 슬픔 등이 우리들의 마음속에 잔잔히 사무칩니다.


갈수록 자극적인 도파민만 추구하는 사회 속에서, 잠시 오즈 야스지로의 <만춘>을 보며 마음의 여유를 되찾는 시간을 가지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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