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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니스 Nov 01. 2022

엄마가 떠나간다 [4]

무의식… 느닷없는 와상환자의 간병

그저 잠을 깊이 자는 줄로만 알았다. 이렇게 하루 이틀 1주일 2주일이 지나도 그저 잔다고만 생각했다.

코를 드르렁거리고 손도 움직이고 하니 자고 곧 일어날 줄로만 생각했다.


며칠 뒤 다시 찍은 MRI 결과 뇌손상이 심각해져 있었다. 처음 한쪽 뇌에 부분적으로 있던 손상이 이제 전체 적으로 퍼져 있었다. 모르는 일반인이 보아도 손상은 심각해 보였다.


손 움직임도 어느 날 멈추었고 코를 고는 것처럼 들리는 것은 가래에 의한 숨소리라고 했다. 그저 자가호흡을 할 수 있음에 감사할 일이었다.


그렇게 누워있는 환자들을 와상환자라고 부른다고 했다. 생전 처음 들었는데 이제 우리 엄마는 와상환자였다. 2시간마다 몸을 뒤집어야 했고 기저귀를 하고 콧줄로 식사와 약을 넣어줘야 했다.


간병은 아빠와 동생이 짊어지게 되었다. 살이 많이 빠진 엄마였지만 몸을 움직이자니 혼자서는 보통 힘든 일이 아니었다. 자세를 바꾼다고 열심히 했지만 엉덩이에는 욕창이 되어가는 습진과 상처가 생겼고 팔은 더 이상 주사 바늘이 들어갈 곳 없이 빽빽하게 멍이 생겼다. 하루가 지날수록 나빠지기만 했다.


이모들과 통화하면서 참 많이도 울었다.

이때부터 사실 예감했었다. 엄마가 떠나려고 하는구나. 아무리 희망을 갖자고 했지만 엄마의 상태는 처참했다. 주사 바늘이 엄마를 죽이고 있는 느낌이었다.


혈액 내에 있는 균은 어떤 항생제에도 잡히질 않았고 항생제 때문에 콩팥은 더 안 좋아졌다. 콧줄로 겨우 며칠 들어갔던 식사도 이제 할 수가 없었다. 매일매일 수혈을 받고 피를 수급받기 어려워 지정헌혈을 받았다. 수혈로 인한 혈액의 수분이 혈액으로 가지 않고 체액으로 변해 팔이 퉁퉁 붓고 온몸이 터질 거 같았다.


의사가 전부터 말했던 연명치료에 대해서 다시 한번 되짚을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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