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팅이 사라졌다. 딱히 우울한 것도 아닌데 그냥 아무거나 막 시도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 내가,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 글을 쓰고 있다. 이게 맞나 싶으면서도 그래서 가능한 일인지도 모른다.
나는 하다 말다를 반복하다 결국 하는 사람이었다. 걷고 달리면서 몸을 움직였고 글쓰기로 마음을 꺼낸 경험이 있다. 출간이라는 결과가 단순한 성취가 아니라고 믿는다. 지금 잠시 멈춘 건 다시 쓰기 위한 숨 고르기일 뿐이다.
완벽 말고 그냥 하는 사람. 멋있다. 게으르고 아무것도 하기 싫었다가도 다시 일어서고 시작할 수 있다. 뭐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싶다. 내 이야기로.
쓰지 않으면 모른다. 글을 써야지 운동해야지라는 다짐은 한없이 약하다. 돌아서면 물거품처럼 사라지는 마음이다. 남겨야 했다. 내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무슨 일을 하려고 마음먹었을 때 잘 될 때보다 안될 때가 더 많았다. 학창 시절 공부가 그랬고 어른이 되고는 글쓰기다. (육아도 빼놓을 수 없네)
글쓰기로 한 때 빛났던 순간들이 있었다. 한 달에도 몇 번이나 에디터 픽으로 선정되고 하루에 글 두 개가 동시에 다음 화면에 뜬 적도 있었다. 아련하다.
그때의 반짝임이 내 글을 증명이라도 해주는 것만 같았다. 지금은 그러거나 말거나 글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계속 쓴다. 안 쓰면 마음이 불편하니까. 내가 사라지는 것만 같다. 쓰다 보면 가끔 생각지도 못한 문장으로 나를 설레게도 만든다. 쓰는 순간만큼은 온전히 나에게 집중한다.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도 모른다. 통으로 한두 시간씩 글을 써 내려가면 좋겠지만 할 이야기만 있다면 언제든지 글쓰기창을 두드리고 있는 것도 좋다.
무엇을 배워도 읽어도 내 걸로 받아들이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봤던 거 또 봐야 하고 머리로는 알겠는데 손으로 나오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못한다고 단정 짓지 말고 스며드는 중이라고 말해주자.
글을 잘 써야 한다고 생각했다. 지금도 아니라고 하기엔 자꾸 멈추게 된다. 잘 말고 그냥 쓰는 사람 하자. 내 글을 읽고 나도 그랬는데라는 마음 하나면 된다.
무엇이든 하고 싶은 의욕보다 천천히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마음이 우선이다. 멈추더라도 다그치지 말고 기다려주는 것도 방법이다. 파이팅 하지 말고 그냥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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