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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출발점을 찍었다

지금부터 시동 걸기

by 햇님이반짝


밖으로 나오면 평소 하지 않던 생각이 떠오른다. 12월을 잘 마무리하고 싶다. 일몰이 이렇게 멋졌나?달리면서 생각의 흐름이 빨라졌나?음악을 들으니 감수성이 풍부해진 걸지도. 뭐든 좋다.






나뭇가지가 앙상해지면서 공원 오는 횟수가 줄어들고 있다. 자꾸 큰 마음을 먹게 된다. 뱃살과 몸무게의 위협을 느끼고 있는 중이다. 오늘은 뛰어야 한다. 두꺼운 패딩은 입기 싫고 얇은 티와 면티, 기모 운동복을 입었다. 바람은 막아주는데 공기는 얼음장이다.


공원에 도착하니 이미 걷고 달리는 사람들이 있다. 원래 그랬던 것처럼 그들 속으로 합류했다. 같이 달린다. 뒤에서 발소리가 들린다. 따라 잡히지 않으려고 용썼지만 어느새 나를 추월했다. 힘만 더 들었다. 그냥 내 속도대로 가야지. 나온 것도 기특한데. 어느덧 몸은 열기로 가득 찼다.

달리는 도중 고개를 옆으로 돌리는데 무 사이사이로 빛이 들어온다. 눈이 부시지만 자꾸 보게 된다. 휴무였고 오전에 스피치 수업을 들었다. 글 한 편 올리고 이 시간에 나올 수 있었다. 겨울이라 해 지는 시간이 이르다. 모든 경우의 수가 맞아떨어져야 볼 수 있는 장면이다. 이거 보려고 나왔나라고 느낄 만큼.

일몰이 멋지다고 느낀 게 언제부터였는지. 하루가 마무리되는 시점. 오늘도 끝났네가 아니라 해야 할 일을 했고, 그 일을 해서 뿌듯했다. 일몰이 지는 해라고 슬프게만 느껴지지는 않는다.



7킬로미터를 뛰고 공원 한가운데서 멈췄더니 이내 열기가 식는다. 다시 추워진다. 어쩔 수 없이 집까지 뛰어왔다. 울의 달리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뛰어야 내 안에 열기가 식지 않는다. 내가 시작한 글쓰기는 끝까지 내 손으로 마무리해야 한다. 12월을 가장 중요한 달로 만들고 싶다. 끝까지 책임져야 할 달이다.






신년 계획도 1월부터 해야지라고 마음먹는 것보다 지금부터 시동을 걸어본다. 12월 출발점을 찍었다. 내년에 하고 싶은 게 있다면 미리 이 달에 찍어봐야지. 새해 운세 궁금하다.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내가 더 잘 안다. 하고 안 하고도 내가 결정한다. 운동점으로 시작하는 12월 초. 운동점은 활력이다. 26년도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걷고 뛰면서 계속 생각해 봐야겠다. 나오길 잘했다.


저서:

현실 엄마, 브런치로 나를 키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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